[자연의 향기속으로 20선]<19>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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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는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무 열매를 따 먹고 나무로 집을 지었다. 나무로 연장을 만들고 농사를 지었다. 통나무를 파서 그 속에 곡식을 갈무리하고, 그릇을 깎아서 음식을 담았다. 몸이 아프면 풀이나 나무로 약을 해 먹었다. 또 나무를 때서 구들을 덥히고 열매로 기름을 짜서 어둠을 밝혔다. 뽕나무를 길러서 누에를 치고 나무에서 물감을 뽑아 물들였다.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나무에 글자를 파서 책을 지었다. -본문 중에서》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산과 들에는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검은 땅을 뚫고, 뾰족뾰족 새싹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연달아 피고 있다. 우리의 산과 들에는 나무와 풀을 통틀어 40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고 있고 조상들은 그 쓰임이나 특성에 따라 이름을 지어 불러 왔다. 그래서 이들 나무나 풀의 이름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녹아 있다.

멋들어진 나무나 예쁜 들꽃을 보면 ‘이 나무의 이름이 뭘까?’ ‘이 꽃의 이름은?’ 하고 궁금해진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식물도감이다. 식물도감은 처음엔 흑백의 선화로 그려졌고, 그 다음에는 아름다운 컬러 사진 도감이 출현했는데, 막상 손에 든 나무나 풀과 비교해 보려고 하면 식물체의 일부분만 초점이 맞고 대부분은 희미해서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원색의 세밀화로 그린 도감이 절실한 것이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이다. 이 책을 펼쳐 보면 마치 책 속의 나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도감은 그림마다 그린 이의 정성이 묻어난다. 그림 한 장을 그리는 데 꼬박 보름 이상이 걸렸다니, 이를 완성하는 데 6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음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120종을 세밀화 425컷으로 그렸는데, 쓱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살아 있는 나무를 보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푸근해진다. 경륜을 쌓은 능숙한 화가가 온 정성을 들여 그렸음을 실감할 수 있다.

임학계의 권위자인 임경빈 서울대 명예교수와 저명한 식물생태학자 김준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초등학교 어린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자상하고 평이하고 유려한 필치로 나무의 생육 환경부터 줄기, 잎, 꽃, 열매와 그 쓰임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나무에 쏙 빠져들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글은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어른들까지 함께 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다. 이 책은 우선 1부에서 나무에 대해 알아야 할 점을 간결하게 기술한다. 그리고 종마다 줄기, 잎, 꽃, 열매의 생김새를 쉽게 풀어 쓰되, 이해를 돕기 위해 흑백 선 그림을 곁들였다.

세밀한 그림으로 계절에 따라 잎이 돋아 무성해지고, 열매 맺고 울긋불긋 단풍을 자랑하다 잎을 떨어뜨리며, 앙상한 겨울나무가 되는 흐름을 보여 준다.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는 산나물, 산열매, 기름 원료뿐만 아니라 약으로 쓰이는 부위와 그 용도, 재목이나 염료로서의 이용 방법도 일목요연하게 표로 만들어 놓았으며 나무 심기 방법까지 싣고 있어, 가히 ‘나무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자라는 모든 나무를 수록한 도감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전의식 국립수목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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