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속으로 20선]<8>곤충의 사생활 엿보기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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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하잘것없어 보이는 곤충에 대해 우리가 먼저 감탄하는 것은, 그 작은 몸집에 비해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불가사의한 지혜를 가진 일이다. 실제 그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일을,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더 효과적으로 하는 것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물리학자 소금쟁이, 건축을 하는 곤충, 가축을 기르는 곤충, 개미와 나비의 공생관계…. ―본문 중에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고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이 책은 순수한 눈으로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자연의 커다란 구성인자인 곤충의 세계를 아직 문명에 때 묻지 않은 아이처럼 호기심 있게 관찰하고 서술한다.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빨간색 두건을 머리에 동여맨 채 자연 속에 빠져 든 저자는 우리 산하에서 관찰한 경이로운 곤충의 세계를 국내외 사례 조사를 통한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곤충연구가인 저자가 행하는 ‘실사구시’형 탐구 활동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문외한의 처지에서는 그 조그마한 책자를 읽기에도 버거울 만큼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곤충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묘사는 한 장의 세밀화를 보는 것처럼 자세하다.

“슬로모션으로 살펴보면 도약하기 전에 우선 가슴과 가운뎃가슴 사이를 뒤로 젖힌 상태로 하고서 몸을 정지시킨다. 그런 다음 앞가슴 복판 돌기의 맨 끝을 이것에 연결된 가운뎃가슴 복판구의 앞쪽에 맞추어 버팀목을 한 것 같은 상태가 되며, 이 상태 그대로 앞가슴을 배 쪽으로 꼬부려 가슴의 근육을 긴장시켜서 도약에 필요한 에너지를 근육에 저장해 간다. 근육이 긴장되면서 압력이 최고조에 이르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방아벌레의 몸은 공중 높이 튀어 오르고 멋지게 완전한 2회 공전을 그리며 착지한다.”

마치 자신이 방아벌레가 된 것처럼 방아벌레의 도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서술한다. 이러한 표현은 아마도 자신이 직접 찍은 비디오를 수없이 되돌려 보며 직접 방아벌레를 흉내 내 가면서 동작을 연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자연에 대한 예찬 또한 남다르다.

“머리에 청동의 투구를 쓰고 금빛 망토를 허리에 두른 화려한 딱정벌레에게 황금빛 태양은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저자는 곤충들이 자손을 번성시키기 위해 치르는 처절한 생존 경쟁의 모습보다 완벽한 먹이사슬을 이루며 적당한 경쟁과 공생을 통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저자 자신이 삶의 희로애락을 다 체득한 베테랑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책의 갈피마다엔 곤충의 먹이사슬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풍성하다.

“꽃등에는…꽃에 있는 꿀과 진딧물이 떨어뜨린 꿀물을 핥아먹지만 알을 진딧물무리 가까이에 낳는다…애벌레는 머리끝에 달린 갈고리로 진딧물을 물고 체액을 빨아먹고 자란다.”

이렇게 곤충의 생활을 꼼꼼하고도 치밀하게 적어 놓았기에 책의 제목이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탄식하듯 말한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인간의 관찰로는 도저히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임을.

“보면 볼수록 어쩌면 우리를 닮았을까. 아니 우리가 그들을 닮았다. 내가 아무리 생명사상으로서 곤충을 강조하고 사생활이란 일정한 배경에서 곤충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여도 부족한 점을 느꼈다. 적어도 곤충의 사생활은 내가 연구한 그 이상의 어떤 신비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임주훈 숲과 문화연구회 운영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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