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0>중국 쑹장무술학교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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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장무술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무술동작을 익히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만 7세에 입학해 12년 동안 매일 오후 쉬지 않고 무술을 배우게 된다. 윈청=주성하 기자
쑹장무술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무술동작을 익히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만 7세에 입학해 12년 동안 매일 오후 쉬지 않고 무술을 배우게 된다. 윈청=주성하 기자
《리샤오룽(李小龍), 청룽(成龍), 리롄제(李連杰), 사오린(少林) 등의 이름과 더불어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중국 우슈(武術·이하 무술). 무술은 최근 놀랄 만한 속도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20일 두 딸이 무술에 매료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화려한 무술 동작, 내공이 깊은 무술인은 어떤 수련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가. 중국 산둥(山東) 성 윈청(Z城) 현 쑹장(宋江)무술학교는 무술인을 길러 내는 산실이다. 》

윈청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무협소설 ‘수호지’의 배경인 량산포(梁山泊)와 이웃한 현이다. 쑹장무술학교는 이 현의 대표 브랜드다. 그만큼 학교 건물들도 외관이 번듯했다. 낡고 지저분한 건물이 대다수인 윈청 현 소재지에서 군계일학처럼 돋보였다.

학교 입구에 수호지의 주인공인 쑹장의 대형 석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왜 쑹장의 이름을 딴 무술학교가 량산포가 아닌 윈청에 있는지 궁금했다. 우타오(吳濤) 정무교장은 “쑹장을 포함해 수호전에 나오는 영웅 108명 중 79명이 윈청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학교는 건물 연면적 8만8000m²에 18만 m²의 터를 자랑한다. 학생은 모두 4000명으로 7세에 입학해 18세까지 초중고교 12개 학년을 마친다. 편입도 가능하다. 교직원은 360명으로 이 중 무술교관만 87명.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50분 기상으로 시작된다. 기상나팔이 울리면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와 몸 풀기, 달리기 등 아침 체조를 1시간 동안 진행한다. 오전에는 중국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무술수업을 받는다.

학생 수가 많아 식당과 체육관 크기도 엄청나다. 식당은 약 500평으로 2000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고, 식당 못지않게 큰 체육관이 3개나 된다.

땀 냄새 물씬 풍기는 한 체육관에 들어가니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무술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동작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뛰어난 학생들의 무술을 보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몇 명이 나와 시범을 보인다. 10세쯤 되는 여학생이 공중제비를 하며 칼과 창을 휙휙 휘두르는 모습은 ‘영화 속 장면들’ 그대로였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몇 명 정도와 싸워 이길 수 있을까. 교관은 “무술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5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무술에도 1단부터 10단까지 공인 단수가 있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3번 경기 방식으로 시험을 쳐 단수를 부여하는데 졸업 학년이면 보통 3단 정도를 취득한다고 한다. 무술에는 산타, 태극권, 번자권, 무영권, 비전절기, 18병장기술 등 수많은 유파가 존재한다. 태권도 같은 종목이 수십 개 있는 셈. 따라서 모두 다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 중 일부를 선택해 배운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터라 학교 규율은 엄격해 보였다. 학교 주변에 학생들을 겨냥한 매점이나 식당도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휴일이 매주 있는 것이 아니라 월말에 몰아 5일을 쉰다는 것.

졸업생은 2만여 명. 각종 무술대회 우승자는 물론 교관, 경호원, 경찰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약 중이라고 한다.

외국 유학생은 중국 학생들과는 따로 배운다. 전담 교관과 통역이 배당돼 나이와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해준다. 유학생 숙소도 현에서 가장 깨끗한 호텔보다 나은 정도. 식단도 각자 입맛에 맞춰 준다.

대신 학비는 중국 학생이 1년에 3000위안(약 36만 원) 드는 데 비해 유학생은 6개월 이하 단기 유학일 경우 매월 800달러(약 80만 원), 6개월 이상은 600달러(약 60만 원)가 든다.

우 정무교장은 지금까지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온 80여 명이 이곳에서 유학했으며 이들은 고국에 돌아간 뒤 주로 무술도장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8세, 11세짜리 한국 유학생 2명이 1년간 배우고 돌아갔다. 우 정무교장은 “미국에 이민 가는 한국 부모들이 현지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게 하려고 이 학교를 택했다”며 웃었다.

윈청(중국)=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산둥 윈청 현은 어떤곳?

윈청 현은 중국에서도 낙후된 오지에 속한다. 우선 교통이 불편하다. 가장 근처에 있는 지난(濟南) 국제공항까지는 고속버스로 3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수호지의 무대가 된 량산(梁山) 산 자락을 보듬은 ‘내공이 깊은’ 땅이기도 하다.

베이징(北京) 서역에서 기차를 타고 넓게 펼쳐진 평야로 6시간 달리고 나서야 윈청 역에 도착했다. 6시간 내내 산이라곤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어둠이 깔린 역 앞. 이곳의 ‘택시’ 격인 오토바이를 개조한 낡은 삼륜차를 잡아타고 15분가량 달리자 천 년 전에 지었다는 높은 석탑이 나타났다. 탑을 중심으로 광장이 펼쳐졌다. 바로 이곳이 인구 100만여 명의 윈청 현 소재지 중심부.

이튿날 아침 150위안(약 2만 원)을 내고 승용차를 전세 내 량산 산을 찾아 나섰다.

수령인 쑹장을 비롯해 108명의 두령들이 량산포를 중심으로 조정의 부패와 관료의 비행에 맞서 싸워 민중의 갈채를 받았다는 수호지의 무대를 향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40분가량을 달리자 바위를 잔뜩 쌓아놓은 듯한, 묘한 산세를 자랑하는 가파른 산이 나타났다. 수호지는 량산 산이 주변 800리의 거대한 호수(량산포)를 끼고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지금은 호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200m도 채 안 돼 보이는 산 정상에 오르자 수호지의 두령들이 사용했다는 울긋불긋한 진채가 나타났다.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 바다에 우뚝 선 고도(孤島)에 오른 듯했다. 산둥에서 쫓기는 사람들이 도망갈 곳은 어차피 이 산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판칭빈 교장 “학과-무술 똑같은 비중으로 교육”

판칭빈(樊慶斌·사진) 교장은 평소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학교를 소개할 때만큼은 표정에 활기가 넘쳤다. “중국에는 무술학교가 셀 수 없이 많아요. 여기 윈청 현만 해도 40개가 넘습니다. 그러나 인지도에서는 우리 학교가 전국에서 으뜸입니다.”

이런 그에게 “한국인들은 ‘무술하면 사오린사’를 떠올린다”고 말하자 그는 “사오린사는 중국 무술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세계적인 브랜드이지만 사오린사와 무술학교는 다른 개념”이라고 답한다. 실제로 허난 성에 위치한 사오린사는 무술만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도장’ 개념이지 학교는 아니라는 것.

판 교장은 “중국의 무술학교는 무술교육을 중시하는 학교가 있고 학과 수업을 중시하는 학교가 있는 등 유형이 다양하지만 쑹장무술학교는 학과와 무술에 똑같은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1985년 단돈 300위안을 들고 학교를 키워낸 주역인 판 교장은 이제는 미국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윈청(중국)=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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