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밥상엔 인간 자연 우주가 담겼다…‘희망의 밥상’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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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제인 구달 지음·김은영 옮김/464쪽·1만1000원·사이언스북스

이 책은 말 그대로 인간의 밥상을 다루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잘 먹고 잘살 것인가’를 말하는 참살이(웰빙) 안내서는 아니다. 왜냐하면 인류학자 제인 구달에게 ‘밥상’이란 나만의 개인적인 상차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밥상에는 신음하는 자연이 담겨 있고 세계 인류의 삶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밥상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던 다 알려진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침팬지의 엄마’에서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섬세하고 구체적이며 그 열기는 뜨겁다.

인류학자답게 구달은 그 좋았던 옛날, 잔칫상과도 같았던 세계 곳곳의 먹을거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시절 밥상이 풍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의 밥상들이 지닌 다양성 덕분이었다. 비록 크고 윤기 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자라난 식품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풍토와 문화에 맞는 식탁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식탁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 낸 것처럼 똑같은 정체불명의 유전자 조작 식품들이 대형마트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으며 아이들은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점점 비만해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것을 먹고 있는지 자각조차 못한 채 오염된 식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구달은 힘주어 말한다. “생명의 미래가 걸린 밥상의 오염을 그저 무력감에 젖은 채 수동적으로 앉아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그러면서 우선 각자가 자신의 고장에서 난 제철 유기농 식품을 먹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슬로푸드를 먹자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의 속도 주의를 버리고 슬로푸드를 선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연 친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원제 ‘Harvest for Hope’(2005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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