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디자이너]<10>아이덴티티 디자이너 김현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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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매출 순위 500대 기업을 한 지면에 표시해야 한다.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그 기업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Identity Design·심벌마크 또는 로고)을 나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문자보다 일종의 그림인 심벌 마크와 로고를 통해 직관적으로 해당 기업을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힘이다.

기업 아이덴티티(CI)는 기업의 정신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며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 준다.

김현(56·사진) 디자인파크 대표는 이 분야에서 30여 년 노하우를 쌓아 온 디자이너다.

○‘호돌이’ 아빠

김현 대표가 만든 CI들. 교보생명, GS건설의 아파트 자이, BC카드, 삼성화재 애니카(위부터).

김 대표가 운영하는 디자인파크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1983년), 신한은행(1988년), BC카드(1989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1993년), 국민은행(1995년), 서울시(1997년), 서울은행(2000년), 교보생명(2001년) 등 20여년간 눈에 익은 수많은 기업과 공공 기관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도 프레젠테이션 경쟁에서 승률 90%가 넘을 만큼 국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아이리버, EBS, KOTRA, 아리랑TV, 우림건설, 평창 동계올림픽의 아이덴티티가 최근 2년간 디자인파크가 선보인 작품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김 대표가 만든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전철(티머니)을 타거나 카드(BC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아파트(금호 어울림, 자이)를 지나거나 TV(EBS, 온미디어, 아리랑TV)를 보다가도 그리고 경기장(LG트윈스, 삼성라이온즈)에서도 그가 디자인한 로고를 보게된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마음 맞추기

김 대표가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발빠르게 대응해 온 덕분이다. 1980년대의 CI와 1990년대의 그것이 크게 다르고, 2000년대도 다시 크게 바뀌었다.

디자인 스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나 라이프 스타일도 바뀌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CI를 리뉴얼한다.

김 대표는 “요즘은 변화의 기간이 더욱 짧아졌다”고 말한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그도 스스로에게는 물론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한다.

또 다른 비결은 기업과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능. 기업의 활동은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CI는 짧은 기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압축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기업의 역사와 정신을 몇 개의 선과 색만으로 절제해 단순하게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현재의 트렌드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 뒤의 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김 대표는 아이덴티티 작업을 “마음 맞추기”로 표현한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맞춘다. 그가 기업 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비전은 무엇인지 읽어내야 하고 소비자와도 마음을 맞춰야 한다. 작은 심벌이나 로고에 불과하지만 김 대표가 하는 일은 기업과 소비자의 마음을 맞추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인간미가 깃든 디자인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대우 기획조정실 제작팀에서 CI와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관여해 왔다. 당시 김우중 회장이 디자인에 관한 전권을 맡길 정도로 제작팀은 인정받았다.

1983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지명 공모전에서 ‘호돌이’로 당선된 뒤 그는 독자적인 디자이너로 나선다. ‘호돌이’ 아빠로 인정받기 시작하자마자 일이 쏟아졌고 1984년 디자인파크를 설립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그는 너그러운 인품과 정직한 경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디자인에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도 그 성품 때문인 듯하다.

김현 대표가 만든 아이덴티티 디자인. 왼쪽 위부터 서울시의 교통카드 티머니, 사무용 가구 브랜드 퍼시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상식품의 브랜드인 청정원, LG트윈스 야구단, KOTRA, 제주시, 넥센 타이어, 아이리버,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서울시, 아리랑TV.

글=김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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