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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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이명옥 지음/304쪽·1만5000원/다빈치(2004년)

낯선 것들은 우리를 당황케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미술 관련 문항이 그렇다.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城)’이니 올덴버그의 ‘거대한 담배꽁초’니 하는 그림들은 생소한 화가들의 이름만큼이나 우리를 막막하게 만든다. 미술관에 온 학생들을 보면 그림을 보는 일이 얼마나 괴롭고 주눅 드는 일인지 금방 알게 된다. 미술을 느끼고 이해할 정보와 지식이 너무 부족한 까닭이다. 저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미술과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모두 17개의 주제로 된 이 책은 미술의 탄생과 전개 과정을 다룬다. 무엇을 보고 어떤 의미를 새길 것인가,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글쓴이의 접근 방법은 아주 독특하다. 그림에 대해 백지 상태인 독자를 향해 저자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중섭은 왜 소 그림에 그토록 열정과 집념을 보였을까? 자코메티는 왜 인체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가늘고 길게 늘였을까? 뭉크는 왜 공포를 전염시킨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끔찍한 그림을 그렸을까?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왜’라는 의문에 답하려는 (무엇) ‘때문’과 (무엇을) ‘위해서’라는 말이 그득하다. 그 문답 속의 인과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표현기법과 세부 묘사에 담긴 화가의 의도와 논리가 얼굴을 내민다. 차분하고 조용한 설명이 지루하지 않은 까닭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알찬 내용과 탄탄한 논리가 뒤를 받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미술의 발전에 있어 ‘새로운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엉뚱한 발상과 파격적인 결론 끝에 뒤샹은 ‘오브제’라는 개념을 얻었고, 착시현상을 이용한 점묘법으로 쇠라는 인상주의의 약점을 극복한다. 세잔은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정물을 결합시켜 전통적 원근법을 탈피했으며, 칸딘스키는 대상을 닮게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떨쳐 추상화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천대받던 풍속화를 당당한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김홍도는 또 어떤가?

미술의 영역을 넓히고 삶의 새 지평을 연 것은 언제나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열정과 노력이었다.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비로소 새로운 형태와 모습으로 거듭난다. 더욱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낯선 것을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일은 논술 연습으로는 최적의 소재다. 미술과 삶과 논리가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이 책 안에 있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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