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정재호]외교안보정책 숨고르기 필요하다

입력 2005-06-22 03:05수정 2009-10-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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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2년 반이 다 되어가고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또한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년 반의 국제정세가 급격히 요동쳤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대과(大過)는 없었다’라는 전반적 평가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균열과 갈등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이고 모여 한순간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환을 만들어낼 가능성과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살피고 추스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평화와 번영의 추구’라는 참여정부의 목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모든 국가가 모색하는 안보와 성장이라는 양대 목표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의 대외전략을 능동적이고 명시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겠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의 제시에 있어 공백이 보이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어떠한가? 한미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안보능력을 추구하고 배양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목표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자주국방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맹의 유지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기체제의 획득과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한 양자관계의 기초가 과연 어려움 없이 유지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국력의 ‘교점(交點)’이 최소한 20년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정의 수준을 넘어서는 동맹관계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간 지속적인 균열의 노출이 ‘할 말은 한다’의 수준을 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자아냈기에 노 대통령의 미국 실무방문은 매우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변환의 반경을 충분히 보이지 않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의 안보와 관련하여 너무 큰 희망을 거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지금은 현상의 합리적 유지와 함께 우리의 명확한 선택을 내보이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의 맥을 거머쥔 북핵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발언권은 왜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가? 북한 핵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경협의 무조건적 병행을 지속할 것인가? ‘중국역할론’에 대한 지속적 요구는 바람직한가? 미중 간의 대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파악하고 있는가? 과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의 로드맵은 실재하는가? 이제 이 질문들에 대한 복안을 확보해야만 할 시점이 되었다.

6공화국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과 대중 수교의 달성을 위해 주지 않아도 될 것을 적잖이 잃었고, 문민정부에서도 임기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서둘렀으며, 국민의 정부 또한 ‘햇볕정책’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정부 또한 임기 후반기에 주로 나타나는 ‘역사적 소명’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차피 5년 안에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면 이제는 치밀한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

참여정부의 숨고르기는 다음의 몇 가지에 집중되어야 한다.

첫째, 핵심 현안별로 우리의 상황이 미국 및 중국과 어떻게 또 왜 다른지를 철저히 규명하고 분석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좌표와 입장의 설정은 반드시 그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한다.

둘째, 미일 동맹의 강화가 실제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로 진전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입장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북핵 문제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금년 안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의 어려움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이 모두는 정책결정자들이 국내현안과 관련하여 불요불급한 논쟁과 정쟁에 너무 많은 시간과 관심을 뺏기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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