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암 이길 수 있다]<2>사망률 1위 폐암

  • 입력 2005년 5월 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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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19세기까지만 해도 드문 질환이었다. 그러나 흡연인구가 늘고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환자도 급속하게 늘었다. 게다가 사망률은 다른 어떤 암보다 높다. 국내에서도 폐암은 2000년 암 사망자의 24.4%를 기록하면서 ‘사망률 1위 암’으로 올라섰다. 2위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낮아지지 않는 폐암 사망률

1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75∼95%. 2기부터 생존율은 평균 30%로 크게 떨어진다. 3기 이후에는 5∼15% 정도.

과거 30년간 폐암의 생존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악화되지 않으면 아무런 증상이 없어 다른 암보다 조기발견이 늦기 때문이다. 수술이 가능한 1, 2기(3기초기 일부 포함)에 폐암 발견확률은 현재 20%에도 이르지 못한다. 5명 중 4명은 폐암을 발견해도 수술조차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기발견만이 폐암 생존율을 올리는 방법. 40세 이후부터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흉부컴퓨터단층(CT) 검사나 흉부X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자라면 6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

○규칙적인 운동과 신선한 아채가 보약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15∼80배 높다. 당장 금연을 하는 게 좋다.

최근 담배를 피우지 않는 40, 50대 여성 사이에 폐암의 일종인 ‘선암’ 환자가 늘고 있다. 전체 폐암의 30% 정도인 선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해환경 증가, 운동량 부족, 여성호르몬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고 신선한 야채를 자주 먹는 게 폐암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석면, 비소, 크롬, 니켈 등에 직업적으로 자주 노출된 경우에도 폐암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6개월마다 검사를 받도록 한다.

○암덩어리만 파괴하는 방사선치료

폐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 방사선 치료가 많이 활용된다. 과거에는 방사선이 암 주변 조직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암 덩어리에만 정확히 방사선을 쪼이는 기술이 보편화됐다. 3차원으로 방사선을 쪼이는 ‘입체조형치료’는 대표적인 기술. 뿐만 아니라 방사선을 칼처럼 이용해 암 덩어리를 아예 제거하기도 한다.

호흡 때문에 폐가 움직이면 방사선 치료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방사선 오차범위를 2mm 이내로 줄인 ‘체부정위 방사선수술(SSR)’ 도입으로 해결됐다. 서울아산병원이 폐암 환자 100명에게 이 치료를 한 결과 86%가 암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으며 2년간 재발하지 않은 비율도 81%에 이르렀다.

○수술과 항암요법도 발달

폐 전체에 암이 퍼졌다면 어쩔 수 없이 한쪽 폐를 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됐거나 침투했을 때는 다르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에도 장기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관성형술’이 발달해 부분 절제로 충분하다. 가령 기관지로 암이 전이됐다면 그 부분만 잘라내고 양쪽을 끌어당겨 붙인다. 또 대정맥에 암이 침투하면 그 부위를 자르고 인조혈관을 만들어 붙인다.

항암제는 1990년대 이후 여러 약이 출시됐으며 보통 2, 3가지 약을 병행해 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표적치료.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원리다. ‘이레사’가 대표적인 약. 이 약이 특히 말기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주고 치명적인 부작용이 적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레사가 화학물질을 이용했다면 항체를 이용한 표적치료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등에서 대장암에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인 ‘어비툭스’를 폐암에도 활용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폐암 3기 투병 성공기▼

1993년이었다. 피를 토하고 기침이 심해졌다.

A(당시 59세) 씨는 처음에는 “담배를 많이 피워 그런가 보다”하며 무시했다. 그러나 증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A 씨는 “기관지에 문제가 생겼거나 폐렴 또는 폐결핵일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폐암 3기, 그것도 4기 직전 단계라는 의사의 진단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오른쪽 폐에 생긴 암 덩어리는 이미 6∼7cm까지 커져 있었다. 게다가 반대쪽 폐의 림프절에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5년 생존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A 씨처럼 폐암 환자의 80%는 3기 이후에 병원을 찾는다. 그래서 수술도 하지 못한다. A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A 씨는 일주일에 5회씩 6주간 집중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암 크기가 줄었는지, 암 세포 수치는 떨어졌는지 궁금하고 답답했다. 그러나 6주 치료를 마친 뒤에도 한 달간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암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3분의 1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A 씨가 “추가 치료를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의사는 “일단 지켜보자”고 했다.

‘행운’, 아니면 ‘기적’이라 불러야 할까. 정상세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암세포는 점점 줄었다. A 씨는 의사의 지시대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암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암세포는 다시 늘어나지 않았다. 완치된 것이다.

최초 폐암이 발견된 후 10년 이상 흐른 지금 A 씨는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재발 여부를 검사한다. A 씨의 치료를 담당했던 최은경 교수의 말이다.

“A 씨 외에도 17년 넘게 암이 재발하지 않은 사람도 여러 명 있어요. 가급적 초기에 발견하는 게 폐암 완치의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좌절해선 안 됩니다. 늘 이길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거세요.”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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