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터키<上>카파도키아

  • 입력 2005년 2월 2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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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응축되어 생성된 응회암의 침식지형으로 형성된 카파도키아의 젤베 계곡. 굴뚝형, 삼각형, 연필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빚어진 투파가 온 계곡을 뒤덮고 있다. 카파도키아=조성하 기자
화산재가 응축되어 생성된 응회암의 침식지형으로 형성된 카파도키아의 젤베 계곡. 굴뚝형, 삼각형, 연필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빚어진 투파가 온 계곡을 뒤덮고 있다. 카파도키아=조성하 기자
지구촌 여행길에 터키만큼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나라는 없다. 이곳이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헛갈리고 이슬람권인지 기독교권인지 자주 혼동됐다. 기후도 마찬가지다. 한겨울 아침에 눈 덮인 산야를 지났건만 오후에는 초여름의 해변에서 맥주를 홀짝인다. 오가다 만나는 풍경까지도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볼 법한 희한한 것이 많다.

1700년간 비잔틴과 오스만, 전 세계를 호령하던 두 제국의 중심이었던 터키.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 걸쳐 있고 산과 바다, 사막에 둘러싸여 7개의 다양한 기후대를 가진 나라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자연인 ‘카파도키아의 투파’와 터키의 모든 것이 응집된 수도 이스탄불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외계를 닮은 지역

터키 지도를 보자.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나누는 것은 길고 좁은 바다. 북해가 남쪽의 지중해로 흘러드는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이 해협이 도시 한가운데를 가르는 이스탄불은 한강으로 강남, 북이 나뉜 서울과 비슷하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꼬박 12시간 만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갈기갈기 찢긴 터키의 땅과 민족의식을 규합해 자립의 초석을 놓은 초대 대통령(아타튀르크 무스타파 케말) 이름이다.

사람들은 터키 하면 이스탄불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터키 중심의 ‘카파도키아’라는 곳이었다. 1000만 년 전 세 개의 화산이 폭발해 그 화산재로 응회암지대의 거대한 고원(평균고도 1000m)이 형성됐다는데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버섯모양의 바위 ‘투파’가 여기에 있다.

영화 ‘스타워즈Ⅱ’로 기억된다. 이 투파 지대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모하비 사막에 있는 데스밸리의 황무지사막처럼 이곳 역시 외계를 닮은 곳을 찾기 위해 혈안이었던 스타워즈 촬영 팀에 포착됐다.

○버섯 모양 바위 속에 만든 방

다양한 기후대가 있지만 그래도 3000m급 고산지대 외에는 대체로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기상이변으로 카파도키아가 있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해발 1000m 고원에도 눈 내리는 날이 늘고 있다. 2003년 2월에는 40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내가 도착한 날에도 카이세리 공항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투파를 보기 위해 찾은 곳은 네브셰히르의 파샤바 계곡. 잔설 성성한 황무지 구릉에 그림책에나 등장할 만큼 엉뚱하게 생긴 굴뚝모양의 바위기둥들이 가득했다. 원뿔형의 머리를 원기둥이 받치는 형상인데 높이가 20∼30m는 족히 돼보였다. 뾰족한 바위꼭대기에 투파 세 개가 선 곳을 지나다 희한한 것을 보았다. 바위를 파내어 만든 작은 방이었다. 사다리로 올라가 보니 거주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어떤 곳은 여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투파의 재질은 화산재가 오랜 세월 응축되어 생성된 부드러운 응회암이다. 연약질이다 보니 비바람 등으로 침식돼 이렇게 빚어진 것이다. 원뿔형의 머리는 겉에 박힌 호박돌 덕분에 침식이 중단된 결과다.

○개미굴 같은 지하도시

파샤바 계곡을 나서 이번에는 괴레메 마을의 ‘야외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투파의 바위벽을 파내어 지은 암굴교회가 언덕과 계곡에 집단을 이루고 있는 곳. 암굴 안에 들어서니 프레스코(회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넣어 굳힌 벽화) 성화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의 주인은 313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로마인의 박해를 피해 숨어서 신앙생활을 했던 초기 기독교인들. 그들의 신앙적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고 순수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네브셰히르를 떠나 니제 가는 길에는 지하도시를 지났다. 암굴교회나 버섯모양 투파와 달리 지하에 조성한 대규모의 거주공간인데 그 유래는 기원전 4000년 전(히타이트왕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 데린구유라는 마을에 들렀다. 출입 굴은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낮다. 그러나 지하로 내려가니 높이 3m에 수십 명이 들어갈 큰 공간도 있었다. 한마디로 개미굴을 연상시켰다. 좌우상하로 파들어간 미로로 연결된 이 지하도시는 무려 8개 층이나 됐다. 이곳은 이 마을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는데 환기구까지 갖춰 최장 6개월까지 거주가 가능한 시설과 규모라고 했다.

○여행정보

▽항공=터키항공이 인천↔이스탄불 주2회 운항(인천 출발 월, 토). 터키항공 홈페이지(www.turkishairlines.co.kr)에 터키 관광에 관한 정보가 있다. 02-777-7054

▽패키지여행=카파도키아는 터키 일주여행(7박 8일)의 필수코스. 일주코스는 ‘이스탄불∼카파도키아∼안탈리아∼파묵칼레∼에페수스∼쿠사다시∼이즈미르∼이스탄불’이다. 가격은 169만 원.

▽여행사 △코오롱 세계일주=02-3701-4815 △현대드림투어=02-3014-2332 △자유여행사=02-3455-8944

카파도키아(터키)=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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