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262>卷四. 흙먼지말아 일으키며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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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정월에 들기 바쁘게 농서((농,롱)西)에서 반가운 소식이 왔다. 농서도위 역상((력,역)商)이 보낸 사자가 역양((력,역)陽)으로 달려와 한왕에게 알렸다.

“도위(都尉)께서 마침내 농서를 모두 평정하셨습니다. 사흘 전 이양(泥陽)을 떨어뜨려 옹왕(雍王) 장함의 남은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렸기로 이렇게 달려와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그와 같은 사자의 말에 한왕이 흐뭇해하면서도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듯 물었다.

“신성군(信成君) 역상이 결코 용렬한 장수가 아닌데 기껏해야 장함의 졸개들에게 이렇게 여러 달 끌려 다닌 까닭이 과인은 몹시 궁금하였다. 그동안 농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아는 대로 말해 보라.”

그러자 사자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름대로 간추려 말했다.

“도위께서 처음 상군(上郡)을 쳐서 그 현성(縣城)을 우려 뺄 때만 해도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옹왕 장함의 장수들이 여러 갈래로 군사를 나누고 흩어져 각기 현읍(縣邑)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평정이 더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죽기로 지킬 뿐만 아니라, 이웃 성에서 구원을 와 우리 등 뒤를 어지럽히니 성을 떨어뜨리는 데만 힘을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 섣달에 있었던 세 번의 싸움은 대왕께서 장함을 죽일 때에 못지않게 치열했습니다.”

“누가 어디서 그렇게 뻗대었단 말인가?”

“언지현(焉氏縣) 싸움에서 도위께 맞선 옹왕의 장수는 별로 이름 없는 자였으나 그가 이끈 군사들이 날래고 사나웠습니다. 듣기로는 옹왕 장함이 처음 함양을 떠날 때 죄수 중에서 뽑아 조련한 군사들의 일부라 하는데, 신안(新安)에서 용케 생매장을 면하고 살아남은 뒤로 장함에게 충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도위께서는 그들 1000여명이 지키는 언지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군(全軍)을 들어 이레 밤 이레 낮을 싸우셔야 했습니다.

또 순읍(栒邑)에서는 옹왕 장함 밑에서 장군 노릇까지 한 주류(周類)와 싸웠는데 그 또한 예사내기가 아니었습니다. 그와 그의 졸개 3000명을 죽이거나 사로잡기 위해 우리 한군(漢軍)도 그 못지않은 해를 입었습니다. 가까운 구원병이 없어 등 뒤 걱정 없이 사흘 만에 성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이양성 싸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성은 소장(蘇(장,제))이라는 장수가 지키고 있었는데, 한때 옹왕 장함의 총애를 받았을 만큼 용맹과 무예가 뛰어난 자였습니다. 역시 열흘 가까이나 성을 에워싸고 기운을 뺀 뒤에야 소장이 성을 버리고 달아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목을 얻게 된 것은 이틀 뒤 무성현(武成縣) 백성들이 그 목을 잘라 바쳐준 뒤였습니다.”

한왕은 거기까지 듣자 농서도위 역상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 왔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신성후 역상에게 무성현 6000호를 식읍(食邑)으로 내린다. 그를 따라 애쓴 장졸들에게도 비단과 금을 아낌 없이 내려 그 고초를 위로해 주도록 하라!”

그렇게 명을 내려 역상과 그 장졸들을 상주고, 농서에는 다시 군(郡)을 설치해 한나라가 직접 다스리는 땅으로 삼았다. 또 북지(北地)에 가 있는 근흡(근(섭,흡))에게도 사람을 보내 싸움의 경과를 알아보게 했다. 그런데 새로운 소식은 북지가 아니라 멀리 동쪽의 팽성에서 먼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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