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84>인색(吝嗇)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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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고 아끼다’는 뜻의 吝嗇(인색)은 독음이 어려워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한자어이다. 吝은 갑골문에서부터 口(입 구)와 文(무늬 문)으로 구성되었는데, 文은 소리부도 겸한다. 文은 사람의 시신에 칼집을 낸 것으로부터 무늬라는 의미가 나왔고, 획을 교차시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시 文字(문자)라는 의미를 갖는 글자다. 그리고 화려한 무늬나 문장으로부터 ‘빛나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吝은 ‘빛나는(文) 말(口)’이란 ‘아끼는’ 데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로 볼 수 있다. 吝을 구성하는 文이 옛글자에서 자주 문(채색 문)으로 대체되어 쓰인 것도 이러한 추정을 입증해 준다.

嗇은 지금의 자형에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금문에서만 해도 윗부분은 來(올 래)로 되었고 아랫부분은 기단이 만들어진 창고(2·름)를 그렸음이 분명하다.

來는 갑골문에서 잎이 여럿 난 보리(밀)의 형상을 그렸다. 보리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일찍부터 중국으로 수입된 농산물의 하나다. 그래서 來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곡물이라는 뜻에서 ‘오다’는 의미가 생겼고, 그러자 원래의 보리를 나타낼 때에는 길게 뻗은 뿌리의 형상을 더한 麥(보리 맥)으로 분화했는데, 보리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嗇은 ‘보리(來)를 수확하여 기단이 있는 창고(2)에 보관’하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기단을 만든 것은 지면의 습기로부터 곡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보리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고대 중국에서는 귀중한 곡물이었기에 어떤 다른 곡물보다 아끼고 잘 보관해야만 했다. 그래서 嗇은 ‘아끼다’는 뜻이 생겼고, 다시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나 담장을 둘러 창고를 만든 데서 ‘담’이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자 이러한 의미를 더욱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禾를 더한 穡으로 ‘곡식(禾)의 수확’을 나타냈는데, 이는 사실 ‘곡식’이 중복되어 들어간 모습이다. 그리고 嗇에 土(흙 토)를 더한 墻으로 ‘담’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墻은 土 대신 장(나무 조각 장)을 더하여 牆으로 쓰기도 했는데, 그것은 장이 발음도 나타내지만 곡식 창고의 울타리를 나무로 만들었다는 뜻의 반영이기도 하다.

嗇에 艸(풀 초)가 더해진 薔은 薔薇(장미)를 뜻하는데, 그것은 薔薇가 담벼락(嗇)을 따라 잘 자라는 넝쿨식물(艸·초)이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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