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81>화합(和合)과 상생(相生)

  • 입력 2004년 7월 22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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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合이 바로 相生의 길이다. 相生은 상대(相)를 살리는(生) 것이요, 상대가 살아 있을 때 자신도 살 수 있다. 동양사회에서 그토록 ‘和의 정신’을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和는 의미부인 口(입 구)와 소리부인 禾(벼 화)로 이루어졌는데, 금문(왼쪽 그림)에서는 지금과 달리 약과 禾로 되었다. 즉 화인데, 이는 和의 옛 글자로 지금도 이름자 등에서 가끔 쓰인다.

약은 대나무 관을 여럿 연결하여 만든 피리로, 윗부분의 삼각형 모양은 피리를 부는 사람의 입(口)을, 아랫부분은 피리의 혀(舌·reed)와 대를 그렸다. 화는 소전체로 들면서 약이 口로 줄었으며 口가 왼쪽에 위치한 좌우구조였으나, 예서체로 들면서 다시 지금처럼 口가 오른쪽으로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和는 피리소리처럼 음악의 ‘調和(조화)’가 원래 뜻이다. 관현악의 합주에서 보듯 악기는 자신의 고유한 소리를 가지되 다른 악기들과 和合을 이룰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편안함과 즐거움과 平和(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合은 단지의 아가리(口)를 뚜껑으로 덮어놓은 모습이며, 단지의 뚜껑은 아가리와 꼭 맞아야만 속에 담긴 내용물의 증발이나 변질을 막을 수 있다는 뜻에서 符合(부합)하다, 合하다는 뜻이 생겼다.

相은 木과 目으로 구성되어, 눈(目)으로 나무(木)를 자세히 살피는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相은 자세히 살피다가 원래 뜻이며, 지금도 觀相(관상)이나 手相(수상)·足相(족상) 등에 그러한 의미가 남아 있다. 이로부터 相對(상대)에서처럼 살피는 대상물이나 대상물의 모습이라는 뜻도 나왔다.

生은 갑골문에서 싹(철·철)이 땅 위로 돋아나는 모습이며, 이로부터 생겨나다는 뜻이 생겼다. 이후 다시 生育(생육), 살아 있는, 신선한 등의 뜻도 생겼으며, 막 자라난 싹에서부터 ‘미성숙한’이라는 의미도 나와 生硬(생경·낯설다)이라는 뜻까지 생겼다.

그래서 소리부로 쓰인 生에도 이러한 의미가 든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예컨대 甦(소생할 소)는 다시(更·갱) 살아나다(生)는 뜻을, 姓(성 성)은 여자(女·여)가 낳았다(生)는 의미를, 性(성품 성)은 마음(心·심)에서 생겨나는(生) 성품을, 牲(희생 생)은 살아 있는(生) 소(牛·우)와 같은 희생을, 笙(생황 생)은 소리를 내는(生) 대나무(竹·죽)로 된 악기를, 0(비릴 성)은 육 고기(肉)에서 나는(生) 비린내를 뜻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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