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82>윤리(倫理)

  • 입력 2004년 7월 2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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倫理란 인간이 사회를 살면서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말한다. 동양과 서양, 옛날과 오늘날의 倫理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親(친), 義(의), 別(별), 序(서), 信(신)을 강조해 왔다. 즉 부모와 자식 간에는 사랑이, 임금과 신하 간에는 의리가, 부부 간에는 구별이,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친구 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倫은 人(사람 인)과 侖으로 구성되었는데, 侖은 소리부도 겸한다. 侖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多管(다관) 피리를 그린 약(피리 약)의 모습을 닮았는데, 윗부분은 입을, 아랫부분은 대를 엮어 놓은 모습을 그렸다. 아마도 多管으로 된 피리 같은 악기를 불 때의 條理(조리)나 순서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侖은 순서나 條理라는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倫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次序(차서·차례)를 말하는데, 정착농경을 일찍 시작한 고대 중국은 경험에 의한 나이 중심의 사회였기에 사람들간의 次序가 倫理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또 輪은 수레의 바퀴를 말했는데, 수레바퀴는 여러 부속품으로 구성되어 그 장착에는 일정한 순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侖이 소리부로 채택되었다. 그런가 하면 論은 論理에서와 같이 ‘말의 조리’를 말하는데, 事理(사리)를 분석하여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귀납의 결과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理論이나 唯物論(유물론) 등과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理는 의미부인 玉(옥 옥)과 소리부인 里로 구성되었다. 里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밭의 형상을 그린 田(밭 전)과 흙을 뭉쳐 세워 놓은 형상을 그린 土(흙 토)로 구성되었다. 밭(田)은 경작지의 상징이고 땅(土)은 거주지를 뜻한다. 그래서 이 둘이 결합된 里는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을 뜻하게 되었고, 鄕里(향리)가 원래 뜻이다. 옛날에는 5隣(린)을 里라 불렀는데, 隣은 다섯 집(家·가)을 헤아리는 단위였다. 그래서 里는 지금의 개념으로 하면 다섯 마을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이후 里는 거리의 단위로도 쓰였는데, 1里는 다섯 마을이 분포하는 마을의 길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理는 ‘玉을 다듬다’가 원래 뜻인데, 原石(원석)에서 玉을 분리해 내기 위해서는 그 무늬결을 따라서 분리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理에 다스리다는 의미가 들게 되었다. 또 옥의 무늬결처럼 존재하는 사물의 理致(이치)나 條理를 뜻하기도 하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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