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대담]<6>‘MP3’ 저작권 침해 vs 네티즌 권리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코멘트
MP3폰은 올 3월부터 5월말까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두 48만여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비인증 MP3 파일 재생시간을 72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가요계의 타협안을 거부했던 LG텔레콤 측은 최근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저작권단체에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협상의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MP3폰은 올 3월부터 5월말까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두 48만여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비인증 MP3 파일 재생시간을 72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가요계의 타협안을 거부했던 LG텔레콤 측은 최근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저작권단체에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협상의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휴대전화로 음악을 반영구적으로 저장해 들을 수 있는 MP3폰 판매로 가요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가요 음반 기획사들은 삭발시위 등 실력 행사를 벌여 왔고 업체측은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은 휴대전화업체와 가요계가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정보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권리관계에 대한 정립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문제를 놓고 음악평론가 임진모씨(45)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34)이 토론을 벌였다. 임씨는 네티즌의 디지털 도덕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오 국장은 저작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휴대전화로 가요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해 들을 수 있는 MP3폰 판매로 가요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가요 음반 기획사들은 삭발시위 등 실력 행사를 벌이기도 했고 업체 측은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이 논란은 휴대전화 업체와 가요계가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정보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권리관계에 대한 정립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임진모씨(45)와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34)이 토론을 벌였다. 임씨는 네티즌의 디지털 도덕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오 국장은 저작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임진모=MP3폰 논란은 그동안 가요계에 내재됐던 두려움을 폭발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1990년대 중반 5000억원이었던 음반시장이 이제 1800억원으로 줄었으나 음악 관련 산업의 매출은 7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음악시장의 확대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수익이 음악계로 환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생산 구조가 막힌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가 없다. 여기서 위기감이 나온다.

▽오병일=이 문제는 디지털화와 기존의 저작권 체계가 빚고 있는 모순에 기인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저작권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사적 이용까지 저작권이 규제하기 때문에 생긴다. 소리바다나 MP3폰 논쟁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규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다운로드받는 개인들에게 도둑질한다며 죄책감을 갖게 하고 있다.

▽임=카페나 클럽에 가보라. 예전에는 LP나 CD를 갔다 놨는데 이게 다 MP3로 바뀌었다. 버튼만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 이건 사적 이용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사적 이용인가?

▽오=사적 이용을 규제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영리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당연히 이용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무료 MP3나 개인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용하는 것까지 규제하는 건 소비자 권리 침해다.

▽임=음악계의 주장은 그게 예외적인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세계적으로 저작권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창작자의 권리보다 자본을 보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음반계의 주장은 MP3를 무료로 사용해온 네티즌들도 조금만 비용을 부담하자는 것이다. 창작자를 위해서.

▽오=유료화를 반대하진 않는다.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당연히 유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사업자의 고유권한이다. 무료로 돌아다니는 MP3 파일보다 품질이 보장되는 유료화 모델을 개발해 나가는 게 좋다. 소리바다, 벅스뮤직, LG텔레콤 등과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임=유료화가 된 컬러링을 살펴보자. 컬러링 700원 중 50%인 350원을 이동통신업체가 가져간다. 컬러링 업체가 20%를 또 가져간다. 음악계로 들어오는 건 22%뿐이고 실제 저작권자의 몫은 8%다. 이게 제대로 된 분배구조인가.

▽오=그 지적에 동의한다. 음악계는 컬러링이나 벨소리의 수익 분배구조의 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보다 개인들이 MP3 파일을 주고받는 것을 불법화하는 데 더 골몰하고 있다. MP3폰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이 무료 MP3파일 받는 것을 규제하려 한다.

▽임=IT와 음반업계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음원 사용에 대한 유료화 인식이 시급하다. 특히 IT업계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네티즌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디지털 정보를 이용할 때 창작자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

▽오=그동안 음반계에서 해결책이라고 모색해온 것들이 이용자의 권리를 축소해 이용자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을 꺼내려고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임=그러나 이는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문제다. 예술을 향유하는데 따르는 기본적인 예의이자 부담이다. 오프라인에서 썼던 만큼 큰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오=전반적으로는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CD를 사면 친구나 가족에게 빌려 줄 수도 있고 동아리에서 함께 들을 수도 있다. 문화를 향유하는 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임=음반업계가 지극히 오프라인적인 사고에 매몰돼 있다고 보는 것인가?

▽오=제도나 법규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대담결과:두 사람은 3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컬러링이나 벨소리의 수익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양보를 촉구하는 임씨의 주장과 사용자로서 네티즌의 권리는 절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오씨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두 사람은 이번 MP3폰 논란을 계기로 디지털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용료와 이용방식 등에 대한 모범답안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함께 기대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