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엇갈린 판결-속내

  • 입력 2004년 5월 29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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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판단, 엇갈리는 속내.’

춘천지법 이철의(李哲儀·38) 판사는 28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자신은 서울남부지법 이정렬(李政烈·36) 판사의 무죄판결을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철의 판사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병역의 의무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1990년대부터 일관돼 온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하급심에서는 이 판례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는) 언젠가는 제기될 문제이며 병역 거부에 대해 새롭게 볼 시점이 됐다”며 “이정렬 판사의 판결에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양심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호할지에 대해 한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병훈(閔丙勳·43) 판사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법 위반은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 판사는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대체복무 도입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진 데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어 영장을 기각했다”며 “피의자가 가능한 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재판 원칙에 따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동일한 피의자에 대해 신앙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해왔는지, 주거와 직장이 확실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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