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짜증, 반항 잦은 아이 우울증 의심

  • 입력 2004년 5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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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는 언제부턴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도 딴생각을 하느라 대답을 못 하고, 괜한 신경질을 부리고, 자꾸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지만 의사는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잘 알아서 하던 공부를 게을리해서 야단맞는 일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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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이 바뀌어 예전의 선희의 모습을 모르시는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집중을 못 하고 친구도 잘못 사귄다고 하신다. 엄마는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지만 아이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단다.

아이들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능력은 대체로 청소년기를 지나며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우울한 기분을 모호한 신체적 이상의 호소, 괜한 짜증, 유난히 겁을 많이 내기 같은 증상들로 표현하여 부모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어른처럼 우울하고 슬퍼 보이기보다는, 산만하고 게으르며 화를 많이 내는 아이로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이가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신호들로는 예전에 즐기던 일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쉽게 지치거나, 수면과 식욕이 달라지거나, 집중을 못 하거나, 반항적으로 되거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절망적인 혹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을 들 수 있다. 또한 변화무쌍한 감정을 보일 수도 있다.

아동기 우울증의 원인은 유전적 영향도 크지만, 서로 싸우거나 헐뜯는 부모, 엄격한 규율, 냉담한 부모,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등이 가장 흔하다. 선희의 어머니도 치료는 받지 않았지만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선희에겐 관심이 필요했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부모에게 “저 여기 있어요, 저 좀 봐 주세요!”라고 외치듯 선희는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미리 척척 알아서 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오히려 그런 아이의 성실한 태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선희는 점점 지쳐갔다. 성공적인 맞벌이 부부의 아이에게 흔히 있는 일이었다.

먼저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했다. 당연히 지나친 강요나 기대보다는 아이의 생각과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부모가 하루에 30분씩만 아이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놀아주고, 아이에게 항우울제를 복용시키는 것만으로 선희는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관심과 칭찬과 항우울제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뇌 회로를 강화시켜 아이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준다.

우울증은 진단만 되면 쉽게 치료될 수 있다. 애써 외면해 성격적인 문제로 발전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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