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배금자/전관예우 반드시 없애야

  • 입력 2004년 4월 2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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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출범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는 법조계의 근본 틀을 바꾸는 개혁 작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그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사개위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의제는 대법원 기능과 구성, 법조 일원화와 법관 임용 방식, 법조인 양성 및 선발, 국민의 사법 참여, 사법 서비스와 형사사법 제도 등이다.

폭주하는 상고사건을 해결하고 상고심의 변론주의 강화를 위해 대법관 수를 증원하거나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두는 방안, 법관 관료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 등 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방안,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로스쿨 도입, 사법절차에의 국민 참여 보장 방안으로 참심제 또는 배심제 도입, 형사사법의 제도 개선책으로서 보석제도 활성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강화,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모든 주제는 법조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시정하고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해 선진적인 사법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법 개혁에서 중점으로 삼아야 할 문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방안이라고 본다. 사법 불신을 초래한 우리 법조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전관예우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라는 단어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으로 이는 판검사가 퇴임해 변호사가 되는 구조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정실, 연고주의, 접대문화가 결합돼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판검사들이 중도에 퇴직한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나라, 대법원장과 대법관도 퇴직 후 개업하거나 로펌으로 가는 나라는 세계에서 드물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전관예우라는 해괴한 풍토가 형성됐고 수십년간 계속됐다. 법조계에서 공공연히 사용되는 이상한 단어가 또 있는데 ‘소정외 변론’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담당 판검사를 사적으로 접촉해 유리한 말을 일방적으로 하여 사건을 편법으로 이기려고 하는 수법이다.

‘전관예우’ ‘소정외 변론’ 같은 관행은 모두 사법의 생명인 공정성, 투명성을 무너뜨리고 사법정의를 파괴한다. 이러한 관행들이 형성된 것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 중에 사건 유치를 위해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임을 자랑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받기 위해 법원과 검찰에 자신의 전직을 이용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판검사와의 사적 접촉을 통해 사건의 유리한 해결을 시도하며 또한 현직 판검사들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법조인들의 이런 나쁜 행태는 결국 우리 국민의 가치관과 사고방식마저 그릇된 방향으로 변질시켜 왔다. 이 때문에 충실한 재판 준비와 변론, 논리 정연한 서면 작성 등과 같은 변호사의 실력보다는 학연 지연 동기 동료 등 온갖 연줄을 동원하는 로비를 통해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의뢰인일수록 고위직 법관, 검찰 출신 변호사를 찾고 정상적인 수임료 이외에 판검사에 대한 접대비 명목의 로비자금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우리나라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조차 선임계도 내지 않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전화 변론을 하는 나라이며 최근까지도 법원장과 담당 부장판사가 계류 중인 사건 당사자가 제공하는 골프 접대를 받는 나라다. 지금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검찰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검사실을 드나들며 ‘말’로 사건을 해결하고, 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상대 변호사가 있는 사건에서 일방적으로 판사실을 드나들며 편파적으로 유리한 설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법개혁은 선진국을 향한 국가경영 전략에서 필수적이며 더 늦추어서는 안 될 과제다. 전관예우의 폐해를 시정하려면 판검사를 하다가 변호사가 되는 판검사 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학연 지연 동료 등 각종 연줄을 이용하는 사적 접촉을 금지하며 강력한 법조윤리를 구축해 이를 위반하는 경우 중징계 및 형사처벌, 파면, 자격박탈을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부도덕한 행태를 하는 법조인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참회해야 한다.

bae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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