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열차 충돌 대형폭발…인명피해 큰듯

  • 입력 2004년 4월 22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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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시경 북한 신의주에서 평양 쪽으로 16km 떨어진 평북 용천군 용천역에서 석유와 LP가스를 각각 실은 2대의 화물열차가 충돌하는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다고 신의주에 인접한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丹東)의 소식통이 전했다.

이 사고로 용천역 주변이 폭격을 받은 것처럼 폐허로 변했으며 폭발에 따른 파편이 하늘로 치솟은 뒤 기류를 타고 신의주 일대까지 퍼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상자가 많게는 수천명에 이른다는 미확인 소문도 단둥 일대에서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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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19∼21일)을 마치고 특별열차편으로 이 역을 통과해 평양으로 향한 지 약 9시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업무차 단둥을 방문 중인 다른 소식통은 “열차 운행이 되지 않아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무역상들이 열차가 아닌 육로로 이동했다”며 “북한에서 단둥으로 나오는 무역상들이 신의주에서 세 번째 역인 용천역 사고 소식을 잇따라 전해왔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와 구체적인 인명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사상자들이 인근 용천군 병원과 신의주 의대병원을 비롯한 병원들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군인들을 우선 투입해 현장수습에 나서는 것이 북한의 관례이나 용천읍에는 1개 보위소대(30명 규모)밖에 주둔하고 있지 않아 구조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사상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 당국은 사고현장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사고 소식이 외부에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전화선을 끊었다는 소문도 단둥에서 나돌고 있다.

용천군에는 김 위원장이 과거 방문한 바 있는 북중기계공장이 있어 일각에는 테러 기도 관련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단둥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은 사고지역에 거주하는 친지들의 안부를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용천 출신의 한 탈북자는 “용천읍 중심에 있는 용천역 주변이 아파트 밀집지역이어서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용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용천군 당위원회가 자리 잡고 있는 등 중심지역이어서 피해가 상상외로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용천역은 평북 피현군에 위치한 원유 1차 가공공장인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된 석유를 싣고 나오는 수송열차가 통과하는 역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송유관으로 수입한 원유의 대부분을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한 뒤 각 지역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천군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육상 및 수상 교통의 요충지다. 이 일대는 북중기계공장, 용천신발공장, 용천양말공장 등 기계공업과 경공업단지가 밀집돼 있으며 해안 쪽으로는 서해안의 주요어업기지인 용암포 수산사업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역주변 폐허…파편 신의주까지▼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는 두 번에 걸친 엄청난 폭발 및 화염과 함께 시작돼 파편이 신의주까지 날아갔다.

북한에서 철광석 관련 납품사업을 하는 중국인 사업가등 목격자들은 사고 전후의 상황을 이렇게 육성 증언했다. 현지에서 물건을 확인한 뒤 중국 단둥으로 가기 위해 평양에서 오전 11시경 출발했다.

열차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해 보위부가 제공한 승용차 편으로 이동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검문검색이 심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부터 사고 지점인 용천역 반경 2km 내에는 전면적인 출입통제가 되고 있었다.

용천역에서 큰 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현장을 한참 떠나 신의주로 향하는 길에서였다.

용천역을 경유해 가는 모든 열차 편이 취소됐다고 했다.

검문검색이 심해 신의주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경. 평소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사고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한 중국 국적의 북한인은 “대단한 폭발이었다”고 했다.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단둥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은 사고지역에 거주하는 친지들의 안부를 우려하고 있다고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용천읍 중심에 있는 용천역 주변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용천역에서 도보로 10분거리에 용천군 당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는 등 중심 지역이어서 피해가 상상외로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철도는 노후화돼 있어 크고 작은 대형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철도의 노반은 일제강점기 건설된 것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곳곳의 터널 입구에는 6·25전쟁 때의 총탄 자리가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다. 목재침목은 부식돼 있는 곳이 많지만 자금난으로 교체할 여유가 없으며 레일을 잇는 고정 못이 규정 개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또 전기기관차에는 제동장치가 보조로 1개씩 더 있어야 하지만 2개를 다 달고 다니는 기관차는 거의 없는 실정. 여기에 무시로 정전까지 겹쳐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금까지 북한철도에서는 대형폭발사고가 3건 발생했다.

1970년대 중반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발생한 사고는 도시의 절반을 날려 보낸 가장 큰 대형사고로 기록된다. 흥남역에 정차하고 있던 화학비료를 실은 1개 열차편성이 전부 폭발한 것. 수천명의 흥남시민이 사망했다.

정확한 폭발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이 사고가 누군가가 시간을 맞추어 도화선에 불붙여 일어난 계획된 범행이라고 믿고 있다.

1987년경 함경북도 화성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군인들의 호송하던 폭약 탑재 열차 3량이 폭발했다. 수십톤에 달하는 TNT가 폭발하는 바람에 역이 형체도 없이 날아갔으며 인근 1km 반경의 주민가옥들이 전부 파괴됐다.

다행히 인근에 주민들이 얼마 살지 않고 기관사가 불붙은 차량을 끌고 필사의 노력으로 외딴 곳으로 몰고 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85년경 함경남도 정평부근에서 여객열차가 다리에서 떨어져 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97년경 자강도 희천군에서 고개를 넘던 기차가 제동장치 고장으로 골짜기에 박히면서 2000여명의 승객이 전멸하는 사고도 있었다.

2000년 1월경 평양에서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오던 지방 간부들이 대거 탑승한 기차가 평안남도 양덕에서 사고를 당해 100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용천은 어떤 곳

용천역은 평북 피현군에 위치한 원유 1차 가공공장인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된 석유를 싣고 나오는 수송열차가 거치는 역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송유관으로 수입한 원유의 대부분을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제한 뒤 각 지역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 주변에는 4, 5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 주택지역이 형성돼 있다.

용천군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육상 및 수상 교통의 요충지다. 이 일대는 북중기계공장, 용천신발공장, 용천양말공장 등 기계공업과 경공업 단지가 밀집돼 있으며 해안 쪽으로는 서해안의 주요 어업기지인 용암포 수산사업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용천평야는 도내 유수의 곡창지대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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