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아이가 학교에 잘가게 하려면

  • 입력 2004년 3월 1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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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오면 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는 바빠진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들 때문이다. 유치원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거머리처럼 엄마에게 달라붙어 우는 영아의 엄마는 “도대체 제가 어떻게 잘못 키운 것이지요”라며 절망한다. 진료실 안으로 질질 끌려온 영아는 나를 보자마자 엄마의 치마 뒤로 쏙 숨어 버린다.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은 스트레스다.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입학과 전학이다. 누군가 헤어지고 새 환경에 적응할 때 어른도 처음에 쩔쩔매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평균적으로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데 익숙해지기까지는 3∼4주 걸린다. 그동안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라고 등을 떼미는 엄마와 거부하는 아이의 고달픈 싸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부모의 성격과, 모자간의 관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불안한 엄마가 아이에게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시켰다면 아이는 당연히 보호자에게서 안 떨어지려 한다. 엄마가 입원을 한 경험이 있거나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다면 아이는 엄마가 또 어디론가 가버릴까 두려워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기보다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 방법에만 몰두하게 된다.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준다는 냉혹한 현실에 당황해서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억지와 생떼의 달인이기도 하다. 등교를 거부하는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그 핵심은 두려움이다.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①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인정해 주자. 화를 내기 보다는 위로해 주고,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가기 전에 대책회의를 하자. 역할극도 좋은 방법이다.

②칭찬을 아끼지 말자. 아이들이 실험과 실패를 통해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쌓아가려면 부모의 신뢰와 격려가 필요하다. 간섭은 아이의 자율성과 자신감을 앗아간다.

③보내겠다고 결심했다면 단호하게 보내자. 등교가 기정사실로 정해지면 아이는 따를 수밖에 없다. 아이의 고집에 판단이 흔들리면 안 된다.

④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아이에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주면 적응이 더 쉬워진다. 친구들이 다시 오고 싶도록 맛있는 음식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을 제공해 주자.

⑤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자. 친절한 아이 옆으로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특별한 일을 맡기거나 칭찬해 주면 아이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친구들도 아이를 인정해 줄 것이다.

⑥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여전히 등교를 거부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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