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미래는…’ 하이테크 가고 스마트테크 올 것

  • 입력 2004년 3월 1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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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불면증에 걸린 좀비’들 세상이다/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백종유 옮김/360쪽 1만3000원 청림출판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 혼란이 계속되는 요즘 21세기에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없다는 ‘정치무용론’이 한창이다. 글로벌기업의 부상에 따라 민족국가는 해체될 것이고 정치세력들은 하나같이 부패해 있는데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미래 트렌드 전문가인 저자는 “기술적인 복잡성이 초래한 ‘위기의 시대’에는 정치가 얼마나 탁월하게 새로운 ‘복합성’을 다루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21세기는 좌우 이데올로기로 양극화할 수 없는 시대이므로 정치가 기존 강령의 질곡에서 벗어나 역동적 시스템으로 움직여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서적에서 흔히 등장하는 ‘테크노’와 ‘경제’ 영역 외에도 이처럼 정치를 비롯한 사회, 육체, 소비, 지식, 정신영역 등 각 분야에 대한 미래 트렌드를 제시한다. 기술 발전이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공상과학적 환상을 철저히 깨부수는 한편 환경파괴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암울하기만한 전망도 배격한다. 대신 그의 미래 예측은 고정관념과 상식을 깨부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쌍방향 텔레비전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 사람들은 소파에 누워 팝콘을 먹으면서 TV를 보기를 원하지, 정신을 가다듬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리모컨을 연방 눌러대길 원하지는 않는다. 전자서적도 결코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종이책은 사람마다 다른 ‘표시’를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진짜 내 것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책과의 상호교류다.”

저자는 21세기 기술은 고도로 복잡한 ‘하이테크’가 아닌 ‘스마트테크’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스마트테크’는 복잡한 기능대신 단순하고, 조용하고, 친절하고, 윤리적인 기술이다. 이런 의미에서 쌍방향TV, 로봇에 의한 원격진료, 지능형 냉장고, 화상전화, 자동화된 고속도로, 전자서적 등에 대해 ‘미래에 보장된 여섯 가지 실패’라고 단언한다. 반면 태양열에너지는 수익성이 없지만 ‘윤리적’이기 때문에 미래의 에너지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는 미래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1인 기업’이 새로운 창조적 노동계급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농업사회는 토지에, 산업사회는 직장과 봉급에 사람들을 예속시켜 왔다. 그러나 ‘차별화와 혁신’의 속도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지식경제 사회에서는 ‘프리랜서’ ‘취미노동자’ ‘텔레노동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유목민’들이 경제를 주도한다는 것. 이들은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고 농촌을 새로운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드레아 브란치는 디지털 경제와 목가적 전원의 혼합을 ‘아그리코니카(Agriconica)’로 불렀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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