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지능은 정상인데… 공부 못하는 아이

  • 입력 2004년 2월 15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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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는 공부를 못한다. 억지로 책상에 앉으면 잠시 끼적거리다 밖으로 나온다. 냉장고의 문을 열고 서성이거나 TV 앞을 기웃거린다.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간 숙이. 30분은 지났을까? 엄마가 간식을 가지고 아이 방으로 들어가니 숙이는 만화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방금 펼친 것이라고 변명한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엄마는 숙이의 등짝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아이가 지능은 정상인데도 공부를 못하면 게으르고 인내심이 부족한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다른 곳에 있다.

첫째, 정서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불안하고 우울하면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 어쩌면 부모의 지나친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일 수도 있다.

둘째,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질린 아이는 어릴 때에는 혼나지 않으려고 공부를 해주다가 좀 커서 부모에게 대항할 힘이 생기면 공부를 거부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할 때 먼저 아이가 왜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화가 나서 저항하는 것이라면 우선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공부의 재미를 다시 일깨워 줘야 한다. 물론 공부하는 습관은 들여 줘야겠지만, 너무 공부만 강요해서 공부는 고통이라는 등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룡이나 자동차같이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함께 공부하며 공부의 즐거움이 다른 과목으로도 파급되도록 도와주자.

다음은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핀다. 부모가 늘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다면 아이는 다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를 한다. TV를 끄고 술을 끊고 먼저 부모가 본을 보이자. 아이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게임이나 만화의 경우 보는 시간을 정확히 정해주자.

또 아이가 공부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익히겠다는 단기 목표의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습지 몇 장 하기’는 단기 목표가 아니다. 10분 정도 공부한 후 학습한 내용을 요약하고 다시 공부하게 하는 습관을 들여 주자. 또 성공적이었던 방법은 적극적으로 칭찬해준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하면 무엇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공부를 흥정의 도구로 쓸 때 승자는 언제나 아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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