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피플]국내 최다 승차권수집 박순구씨 전시회 열어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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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0일까지 경기 수원시 어린이교통공원에서 버스와 열차 승차권 등 각종 교통자료 전시회를 여는 차표 수집가 박순구씨. -수원=남경현기자
다음달 20일까지 경기 수원시 어린이교통공원에서 버스와 열차 승차권 등 각종 교통자료 전시회를 여는 차표 수집가 박순구씨. -수원=남경현기자
“차표 한 장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경기 수원시 어린이교통공원에서 ‘교통자료 전시회’를 열고 있는 박순구씨(43·교통문화 의식개혁 운동본부 사무국장)는 차표 수집광이다.

다음달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박씨가 30년간 모은 국내외 전차 및 철도 승차권, 버스 토큰, 고속도로 통행권, 여객선 승선권, 교통범칙금 스티커 등 총 2만5000여점의 승차권과 대중교통 자료, 관련 사진 등이 선보인다.

전시품에는 1940년대 한국전력이 발행한 ‘전차보통승차권’, 74년 8·15 지하철 개통기념 30원짜리 서울역∼청량리간 전철 승차권 등 희귀자료와 1940∼60년대 엽서, 옛 영화포스터, 도민증 국민증 병역증, 교통사고 현장사진 등도 포함돼 있다.

박씨의 ‘차표인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길에서 우연히 버스 회수권을 줍는 것에서 시작됐다.

“집안이 어려워 버스 한번 타보지 못했어요.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때부터 시간만 나면 버스정류장이나 터미널을 헤집고 다니며 차표만 모았습니다.”

박씨의 인행 항로도 바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돈을 많이 버는 사장님을 꿈꾸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후엔 공부도 포기하고 부모님한테 온갖 꾸지람을 들어가면서도 차표만 쫓아다녔다.

전국 각지의 승차권을 모으기 위해 떠돌이에 가까운 생활을 했고 수중에 돈이 생기면 모두 차표 사는 데 썼다. 그는 직업으로 전국 각지를 돌 수 있는 신문판촉, 책 외판원 등 판매직을 선택해 왔다.

그렇게 30년간 모은 차표가 현재는 10만여점에 이르지만 정확한 수는 박씨 자신도 모른다. 박씨의 집 공간이 부족해 친지와 친구 집에 분산 보관할 정도. 1991년에는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최다 대중교통승차권 수집가(2만5000여점)로 인정받았다.

차표를 모으면서 교통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앞으로 수집한 승차권을 토대로 한국교통발전사를 정리하고 청소년에게 올바른 교통문화를 알릴 계획이다.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교통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어린이교통공원에서 열고 있다.

박씨는 “내년이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 고속철도 개통국가가 될 정도로 교통수단은 선진국 수준이 됐지만 교통문화는 후진국 수준”이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반드시 교통안전수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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