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5>秋 收 추 수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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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收 추 수

收-거둘 수 曆-달력 력

陰-그늘 음 播-뿌릴 파

穫-거둘 확 穀-곡식 곡

韓中 兩國은 동일한 기후대에 위치했던 까닭에 농사를 짓는 방법이나 시기가 매우 비슷하다. 그것은 24節氣(절기·節候라고도 함)가 우리에게도 정확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사실 중국이 다양한 자연환경과 기후대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의 版圖(판도)에서 그렇다는 뜻일 뿐 옛날 漢(한), 唐(당), 明(명)의 版圖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참고로 현재의 版圖는 淸나라 때 완성되었다.

24節氣는 고대 중국에서 농사와 기상의 상관관계를 설정한 일종의 農事曆(농사력)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24節氣를 두었다고는 해도 옛날에는 지금처럼 달력이 없었기 때문에 節氣를 제 때 기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었다. 그저 달의 기우는 모습을 보고 날짜를 점치곤 했는데 그나마 陰曆(음력)은 들쭉날쭉 심하다.

農事에는 때가 있는 法이어서 그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통치자가 매 節氣마다 해야 할 일을 잘 파악해 백성에게 일일이 가르쳐 주어야 했다. 즉 播種(파종)시기라든지 모심기, 보리 거두기, 누에치는 시기 등을 계절에 맞게 일러줌으로써 백성들의 生業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했다. 그 일을 맡은 이가 주人(주인)으로 매년 봄만 되면 커다란 방울(鈴)을 치면서 농사 때를 알렸는데 이것이 발전되어 ‘木鐸’(목탁)이 나오게 된다.

節氣의 변화에 따라 農事를 지어야 함은 지당하겠으나 대체로 일년 四季마다 해야 할 굵직한 일들이 정해져 있었으니 우선 봄이 되면 논밭 갈아 씨를 뿌리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꾸고 나면 가을에 결실돼 거두어들이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한자로는 春耕(춘경), 夏耘(하운), 秋收, 冬藏(동장)이라고 한다.

秋收는 西收라고도 했으며 우리말로는 가을걷이다. 쌀농사를 위주로 했던 만큼 가을걷이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刈穫(예확·벼베기)과 脫穀(탈곡·낱알 털이)이 아닐까. 가을이면 온통 동네 전체가 검불을 뒤집어 쓴 채 탈곡기의 소리로 요란했고 밤에는 등불까지 내 걸고 온 가족이 달라붙어 일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풍속도 사라지고 있다. 벼를 낫으로 베어 단으로 묶어 몇 일간 세워 말린 다음 脫穀했지만 지금은 기계화돼 이 두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락을 말리는 일이 별도로 생겼다. 시골 도로 연변에 군데군데 나락을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가을에 추수기에 볼 수 있는 농촌의 새로운 모습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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