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학부모들의 교육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 주느냐에 달렸다. 강남을 선호하는 이유는 강남에 좋은 학교와 학원이 많은 만큼 자녀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980년대에도 오늘날의 강남학군에 해당하는 8학군에 전학 또는 입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폭등했던 적이 있다.
강남학군으로 이사를 가면 실제로 자녀의 성적이 좋아질까. 학군과 학업성적은 상관없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필자는 1990년대(94∼96년)에 학업성적이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연구한 일이 있다. 그 결과 학군과 학업성적은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컨대 학생의 지능과 부모의 학력이 같은 경우(지능 130 이상, 부모 학력 대졸 이상) 강남 인문계와 지방 비평준화 고교생들의 성적을 비교했을 때 지방 비평준화 고교생 쪽이 월등히 높았다.
사설학원에서의 문제풀이 위주 선수(先修) 학습도 학업성적과 관계가 없음이 이미 밝혀졌다. 오히려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만 심화시키고 독립적인 학습의지를 꺾어 버린다.
그렇다면 강남 열풍을 잠재울 교육적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학습 분위기가 좋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고교입시의 부분적 부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지방의 명문고를 부활시키면 구차한 지역할당제 없이도 지방 출신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
우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이 평준화 지역으로 바뀌면서 많은 학생들이 강남으로 몰리고 그 결과 강남 열풍이 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평준화가 만능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귀중한 교훈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분명한 사실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고교입시를 부활시키면 입시지옥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입시지옥은 모든 학교가 입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의 문제이지, 지금처럼 특목고와 비평준화고로 입시를 제한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없다. 우수한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것은 국가적 인재를 키우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것은 막아서는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교육부는 고교입시가 부활하면 과외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외 열풍은 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생긴다. 김대중 정부 때 과외를 해소한다고 수능을 쉽게 출제한 것이 오히려 과외를 전국 전 연령 전 과목으로 확대시켰다. 결국 과외열풍은 수능을 어떻게 출제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입시제도 탓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강남 학군이나 판교 교육특구 설립을 바라는 교육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평준화 논리를 내세워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바라는 대중의 수요를 막는다면 조기 유학이나 강남 열풍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평준화를 일부 수정해 고등학교 입시를 제한적으로 풀어주면 판교 교육특구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이해명 단국대 교수·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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