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우궈광/홍콩의 눈물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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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의 반환 후 6년 동안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가장 큰 변화는 경제의 쇠퇴와 민생의 조락(凋落)이다. 실업인구는 반환 전 1%선에서 현재 8%선으로 급증했고 단기적으로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중산층의 자산은 대폭 줄어 ‘마이너스 자산’ 계층이 크게 늘어났다. 문 닫는 회사와 상점들이 늘고 있고 기업 정부 대학은 잇달아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생활의 질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환경 악화와 대기 오염은 심각한 상태다. 위생 상황도 나빠져 최근 수년간 조류독감이 계속 발생했고 최근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까지 만연했다. 교육체계는 만신창이로 변해 대학 예산은 계속 줄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심지어 몇몇 대학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1997년 6월 30일 반환 직전 남아돌았던 정부재정도 적자로 돌아섰다. 반환 전 국제적 모범이었던 공무원 체계는 곳곳에 구멍이 뚫렸고 내부 기율은 나날이 해이해지고 있다. 과거 자랑이었던 업무효율과 청렴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홍콩은 이제 ‘회의는 있으나 결정은 없으며, 결정은 있으나 시행은 되지 않는 도시’로 변했다.

언론 매체에 대한 중국 자본의 비율도 암암리에 급속히 증가했다. 베이징(北京)과 금권(金權)관계를 맺어 자산을 키운 ‘친중(親中) 자본가’들이 홍콩 언론 매체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아직 중국 자본의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 매체는 중국 관리들의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의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한다면 정치 얘기를 싫어하는 이 도시에서 10분의 1이나 되는 주민들이 왜 홍콩의 중국 반환기념일(7월 1일)에 가두시위를 벌이고, ‘국가안전법’ 입법에 항의하고, 특구정부의 시정(施政)을 비판하고, 둥젠화(董建華) 홍콩특구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에서 희망을 보았으며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면서 이런 희망은 다시 사그라지고 있다. 주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국가안전법 입법은 연기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빠른 시일 안에 입법을 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베이징의 중앙정부는 최근 대륙과 홍콩 경제를 일체화하기 위한 ‘경제무역관계 긴밀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몇몇 도시 주민들이 홍콩에 개인여행을 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홍콩 경제를 자극하고 민심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경제가 가라앉는 추세는 멈추지 않고 각 분야의 임금 삭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홍콩에는 중국 대륙의 검은돈이 대량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치안이 양호했던 홍콩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번화가에서는 대륙인들이 가래침을 함부로 내뱉는다. 홍콩의 사회질서와 생활의 질은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홍콩은 한때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150년의 식민 역사를 통해 조그만 어촌은 국제도시로 탈바꿈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20여년 개혁 개방을 하면서 중국 내륙에 ‘몇 개의 홍콩을 더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수,천))은 20년 만에 이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중국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금 홍콩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과 경쟁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홍콩을 ‘중국 남방의 구슬’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과거 홍콩이 ‘세계 동방의 구슬’로 불리던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중국의 홍콩 지원 방안도 홍콩을 중국의 일개 도시로 만들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는 베이징에 복종하고, 경제적으로는 상하이와 비교되지 않으며, 지역적으로는 광저우 선전과 경쟁하는 그런 중국의 도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벌여도 홍콩을 이같이 바꾸려는 중국 지도층의 계획을 변화시킬 수 없다. 홍콩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궈광 홍콩 중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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