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가을 머리 단품 들었네…'가을 겨울 헤어 컬렉션'

  • 입력 2003년 7월 3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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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 디자인 ▼짙은 보라색을 강조한 옆머리는 컬을 넣은 뒤 뒤로 가지런히 넘겨서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고 반대쪽은 깨끗이 마무리해 간결함과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파티 석상에 어울린다. 헤어스타일링은 이철헤어커커 나민 원장.
모브 디자인
짙은 보라색을 강조한 옆머리는 컬을 넣은 뒤 뒤로 가지런히 넘겨서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고 반대쪽은 깨끗이 마무리해 간결함과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파티 석상에 어울린다. 헤어스타일링은 이철헤어커커 나민 원장.
최근 1, 2년간 세계 패션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흐름 중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이다. 아시아적인 재료와 색상, 문양 등을 차용하는 것.

패션 트렌드를 따르는 헤어 트렌드도 오리엔탈리즘의 마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로레알프로페셔널파리(LPP) 한국지사의 2003년 가을 겨울 헤어 트렌드 컬렉션이 지난달 20∼25일 인도 서북부 우다이푸르에서 열렸다.

올 가을 LPP가 제안한 헤어 트렌드는 ‘컬러 디자인’.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색의 ‘사프란(saffron)’, 보라색과 자주색의 ‘모브(mauve)’, 청동빛과 엷은 황록색의 ‘카키(khaki)’ 3가지 색으로 일상 생활공간과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사프란 디자인
머리 뒤쪽을 포니테일로 묶어 동양 설화의 선녀 같다. 전체 바탕의 붉은 갈색의 마호가니, 윗부분에 약간의 구릿빛을 넣어 낙엽의 색조다. 준오헤어 박진현 원장.
카키 디자인
보통 때는 브라운색을 띠지만 햇빛에 반사될 때 카키색이 드러나게 해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기품 있게 표현했다. 박승철헤어 이맹숙 실장.
모브 디자인
앞머리 선을 가지런히 자른 클레오파트라 스타일. 강렬한 보랏빛과 엷은 자줏빛의 대조로 머릿결이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최가을 헤어드레서 최가을 원장.

영국의 트렌드 크리에이터 존 롤리가 내놓은 이번 ‘컬러 디자인’은 처음부터 인도를 주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들어진 색들에서 미묘한 인도의 기운이 느껴진다.

컬렉션을 이끈 ‘LPP 포트폴리오 그룹’은 한국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12개국 헤어스타일리스트들로 구성되며 매년 두 차례 LPP가 제시한 트렌드를 주제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 올해 한국 참가자는 7명.

:사프란: 사프란은 세계에서 가장 귀하고 비싼 향료 중 하나다. 사프란 꽃 한 송이에 3개밖에 없는 암술에서 향료를 얻는다. 7만5000송이의 암술을 일일이 손으로 따서 말리면 1파운드(0.45kg)의 사프란 향료를 채취할 수 있다. 암술은 밝은 빨간색이지만 그 안에는 노란색 염료 효과를 내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인도는 사프란의 주 생산지. 인도인들은 8세기 이전부터 사프란을 재배해 약이나 염료로 썼고 16세기 이후에는 요리와 머리 염색제로도 이용했다. 고급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재료였다.

LPP그룹이 제안한 사프란의 색은 갈색이 베이스로 깔린 금빛. 이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면 얼굴이 신비스러울 만큼 창백해 보인다. 컬러에 걸맞은 헤어스타일로는 어깨에 찰랑거릴 정도 길이의 비대칭 커트 스타일이 제안됐다.

이번 포트폴리오 그룹의 작업과 촬영이 진행된 파테프라카시 호텔은 원래 우다이푸르 메와 왕조의 왕궁이었던 곳. 외벽은 사프란의 색에 가까운 빛바랜 엷은 오렌지색이었다. 전통적으로 인도의 왕궁에는 권력과 용맹을 뜻하는 노란색과 오렌지색 깃발이 걸려 있다.

1970년대 인디라 간디 총리가 왕들의 특권을 몰수한 후 당시 메와 왕조의 왕이었던 아르윈드 싱은 왕궁을 호텔과 리조트로 개조해 달라진 세상에 적응했다. 그는 80년대 우다이푸르가 속한 라자스탄주 5개 지역의 왕궁과 휴양지 10여곳에 럭셔리 호텔을 만들어 ‘HRH 호텔 그룹’을 세웠다.

:모브와 카키: 1856년 영국 왕립화학대학생 윌리엄 퍼킨은 당시까지 말라리아의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졌던 키니네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석탄에서 추출한 유독성 부산물을 합성한 결과는 무색의 키니네 대신 불그스레한 가루였다.

퍼킨은 약간의 화학약품과 포도주를 넣은 뒤 정화와 건조 작업을 거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아름다운 보랏빛 염료를 만들었다. 퍼킨은 그것을 ‘모브’라고 불렀다.

모브는 당시 유럽 패션을 선도하던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유제니 황비가 “내 눈 색깔과 맞다”며 자신의 옷 색깔로 선택하면서 너도나도 선호하는 염료가 됐다.

이번 컬렉션에서 모브를 선택한 디자이너들은 이 색을 ‘고급스럽고 섬세한 여성성을 드러내는 색’으로 규정했다. 기하학적으로 커팅한 긴 머리를 모브로 물들였다. 부분적으로 명도를 달리하는 밝은 밤색, 짙은 보라색을 수평 방향으로 넣기도 했다. 메이크업 역시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핑크, 브라운톤이 추천됐다.

카키는 인도의 언어 중 하나인 우르드어(현재 파키스탄에서 쓰는 언어)로 ‘땅의 색’ 또는 ‘흙먼지 색’이라는 뜻이다. 1848년 인도에 주둔했던 해리 럼즈덴 경의 영국 육군 연대가 카키색 옷감으로 군복을 제작한 이래 영국 육군의 공식 군복 색이 됐다.

카키의 이미지는 흙먼지를 튀기는 듯 활동적이면서도 도시인의 기계적인 정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여기에 철의 느낌이 드는 브론즈를 밝게 가미했다.

카키는 색이 제대로 나면 한국인에게 잘 어울린다. 노란빛 얼굴의 해쓱한 분위기를 감해주기 때문이다. 커리어 우먼이 갈색이 들어간 약간 어두운 카키(브라운 카키)로 염색을 하면 정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사진제공:로레알프로페셔널파리 한국지사)

우다이푸르=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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