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눈도장형-공작새형 학부모들 ‘밉상’

  • 입력 2003년 3월 11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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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머잖아 각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총회가 열린다.

학부모 총회는 아빠들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들의 모임이 된다. 이 회의의 목적은 아이들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것이지만 각종 학부모 단체에 참여하는 엄마들을 뽑는 날이기도 하다.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은 이 시기에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별탈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지, 선생님은 좋은 분인지 궁금해 학교에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터라 학교에 자연스레 드나들 수 있는 학부모 단체에 참여하고 싶지만 치맛바람 엄마로 비칠까봐 찜찜하다.

그렇다고 참여를 안 하자니 엄마가 학교에 드나드는 아이들에 비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봐 조바심이 난다. 그나마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참여 자체를 엄두도 못 내지만.

학교부모 단체에는 참 종류도 많다. ‘학부모회’ ‘어머니회’ ‘녹색어머니회’ 등 학교마다 공통적으로 있는 단체에다 학교에 따라 도서 환경 예절 같은 다양한 분야의 모임이 있다.

엄마들은 교내 활동을 통해 교통정리 보조교사 등 아이들의 안전과 원활한 수업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동회나 자선바자회 때도 엄마들이 한몫한다. 우리 큰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서는 엄마들이 사서가 되어 도서실 운영을 맡았다.

이 같은 노고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교내 활동이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몇몇 ‘오버’하는 엄마들 때문이다.

오버하는 유형을 꼽아보니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이 ‘공작새형’이다. 학교 모임에 거의 연말 송년회 차림으로 나타나 가세를 과시하며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은 절대 안 맡는다.

‘대리만족형’ 엄마들도 없지 않다. 직장에 출근하듯 거의 매일 학교에 나와 다른 엄마들에게 선생님들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년 학교단체의 임원을 맡는다.

‘눈도장형’ 엄마들도 있다. 청소 같은 궂은 일을 하는 날 제일 늦게 나타나 선생님에게는 가장 열심히 인사를 한다. 적당히 눈도장 찍었다 싶으면 먼저 총총 사라져 남은 엄마들 혈압만 올려놓는다.

말없이 열심히 봉사하는 엄마들이 훨씬 많은데도 몇몇 사람들 때문에 마음 상하다 보니 학교모임을 아예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해 거리를 두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살아보니 너무 멀리할 필요도, 너무 가까울 필요도 없는 것이 학교다. 내 아이가 가정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어떻게 엄마의 시선을 거둘 수 있나.

그렇다고 엄마가 나서서 무슨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과욕이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면 엄마들의 학교활동은 분명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좀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작지만 큰 힘이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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