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다재다능 팔방미인도 좋지만…

  • 입력 2003년 3월 10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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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이 된 세빈이(여)는 요즘 재즈댄스를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친지들이 모일 때면 한번씩 선보이는 룸바 자이브 살사 등의 춤 솜씨에 어른들은 탄복합니다. 세빈이의 특기는 춤뿐이 아닙니다. 뼈가 굳기 전 몸매 교정을 위해 발레를 배웠고 피아노 미술 수영 등의 ‘기본기’도 수준급입니다.

특별활동에 적지 않은 사교육비를 투자한 부모는 “요즘 학교에서 특기를 강조하는 데다 공부만 잘해서는 ‘왕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하면 모두가 ‘탤런트’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재다능합니다.

국민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에만 골몰하던 개발도상국 단계를 벗어난 덕분이지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삶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양한 특기의 개발은 무한경쟁이 가져온 또 하나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다른 아이보다 더 주목받기 위해,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질을 갖춰주려는 부모들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지요.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삶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곁에 다가온 ‘멀티태스킹’의 한 측면일 수도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란 원래는 윈도 환경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컴퓨터 용어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동시에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유능함’의 척도로 받아들여집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멀티태스킹의 폐해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미국 노동자의 45%가 멀티태스킹을 요구받고 있다”며 “그러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하나씩 순서대로 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라고 전했습니다.

미시간대의 한 심리학 교수는 “겉으로는 문제없이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뇌가 각각의 일에 투자하는 비중이 줄기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인 멀티태스킹은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멀티태스킹을 할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단기 기억과 관련된 세포를 손상시켜 몰두하는 힘을 떨어뜨린다고 하네요.

만일 이런 이유 때문에 다재다능하게 키운 아이가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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