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경영]<7>협력업체와도 공정하게 주고 받아라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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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94년 업계 처음으로 공정거래법 자율준수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두 번 개정된 이 책자는 헷갈리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쉽게 이해하도록 100여개의 사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리점 담당직원들에게는 대리점과의 관계에서 자주 생기는 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설명하는 만화책을 나눠주었다.

수백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현대기아자동차는 투명한 거래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최근 전자입찰제도를 채택하고 협력사들이 불편사항을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소리함’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연재물 목록▼

- <6> '정경유착'벗고 당당하게 홀로 서라
- <5>법인세, 번만큼 내라
- <4>엄격한 외부 감사로 회계 투명성 ↑
- <3>기업지배구조 개혁 지주회사가 첫단추
- <2>이사회 ‘독립’ 아직은 ‘먼길’
- <1>소액주주 믿음이 기업성장 밑거름

포스코는 협력업체와의 가장 골칫거리인 대금 결제를 전산화해서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펌 뱅킹(Firm Banking)’이라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물품 구매 후 일정 기간 내 협력업체의 계좌로 대금이 자동 입금되도록 한 것이다.

▽늘어나는 공정거래 준수 노력=공정거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공정거래 준수 프로그램을 스스로 운영 중인 기업은 70여개에 이른다. 웬만한 대기업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 실무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물론 위반 행위가 발생하기 쉬운 부서를 대상으로 독립조사반을 운영하고 불공정행위가 발생한 부서가 관련비용을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등 갖가지 감독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경쟁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도 공정위에 적발되는 위반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997년 1328건이던 위반조치 건수는 98년 1280건, 99년 1262건으로 약간 줄어들더니 2000년 다시 1598건으로 늘어났다. 2001년과 2002년에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면서 조치 건수가 각각 3924건, 2700여건으로 급증했다.

▽공정거래의 ‘손익계산서’=전문가들은 공정거래 위반 행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 대다수의 기업이 ‘공정거래를 위반했을 때 치러야 하는 기대비용이 공정거래를 준수했을 때 발생하는 기대이익보다 적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처리하는 사건 중 85%는 과징금 없이 시정조치로만 끝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또 오랜 기간 형성된 기업간의 관행을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북대 이봉의(李奉儀)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 문제가 사법부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면서 “피해를 본 소비자나 기업이 직접 사법제도에 호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 자체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확보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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