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①초고속 무선인터넷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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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2일. 테니스광인 김철수씨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에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에는 이형택 선수의 호주 오픈 테니스 결승전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이 선수가 멋진 스매시를 날리며 역전승으로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하자 김철수씨는 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김철수씨는 딸과 화상 전화를 하면서, 테니스 동호회 친구들에게 ‘내일 내가 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우승 장면을 담은 멋진 사진과 함께.》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중 첫 번째로 꼽힌 ‘초고속 무선 인터넷’은 현재 가정이나 회사, PC방에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상훈 KT 연구개발본부장은 “5년 뒤에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핸드폰, PDA(개인정보단말기), 노트북PC 등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거리, 자동차, 바닷가 휴양지 등 공간의 장벽이 사라진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TV나 영화를 보고, 생생한 현장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바로 신문사에 보낸다. 외국에 있는 제휴사 직원과 화상 전화를 걸어 사업을 논의하고, 열대 밀림에서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새로 발견한 식물을 조사한다.

대학생은 카페에서 애인과 함께 노트북PC로 강의를 들은 뒤 숙제를 무선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PDA로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메뉴를 화상으로 미리 검색해 맛있는 곳을 고른다. 집 안의 PC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집에 도착하기 30분전에 미리 밥을 짓고, 방을 따뜻하게 한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도 휴대전화나 PDA, 노트북PC에 한정되지 않는다. 차 유리창이 모니터로 이용되고, 셔츠 소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PDA나 휴대전화에는 접는 모니터나 키보드가 이용돼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생생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이미 일부 등장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일부 강의의 출석 체크를 비롯해, 도서 대출과 자판기 사용도 휴대전화로 한다. 학교 안에서 노트북PC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대학은 이미 꽤 많다. 미국에서도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등 노트북PC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역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디지털 휴대전화는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아날로그 전화가 1세대, 앞으로 등장할 IMT-2000 서비스가 3세대다. 3세대 이동통신은 속도가 현재 ADSL의 4분의 1 수준인 2Mbps를 넘는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되려면 속도가 ADSL 유선 인터넷 수준인 10Mbps는 돼야 한다.

KTF 김민정 차장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은 IMT-2000 이후의 이동통신 서비스”며 “2∼3년 뒤에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해 4∼5년 뒤에는 지금의 ADSL처럼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신연합(ITUR)은 기술만 보면 2005년까지 무선 인터넷이 현재의 VDSL 유선인터넷과 비슷한 30∼50Mbps까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무선 인터넷 요금도 크게 낮아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등 미디어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세계 어느 곳보다 한국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태 KT 연구전략팀장은 “기술 개발 속도는 미국이 다소 빠르지만 활용 속도는 우리도 엇비슷해 한국이 무선 인터넷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통신부도 올해부터 2.3GHz의 주파수 대역을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개방했다.

그러나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지려면 아직도 넘어야 될 산이 많다. 현재의 휴대전화는 독자적인 무선망을 써 무척 안정적이지만, 앞으로는 복잡한 유선 인터넷망을 거쳐야 한다. 전자우편이 가끔 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방금 한 말이 한시간이나 지나 상대방에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엄청난 크기의 정보를 전파 위에 싣는 기술도 나와야 하고, 중요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 기술도 필수다.

또 다양한 통신용 부품을 하나의 칩에 넣어 작은 단말기 안에 넣는 기술도 필요하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신기술' 어떻게 뽑았나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는 국내 권위자 10명에게 의뢰해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을 선정했다. 10대 신기술의 선정 기준으로 △5년 뒤 실용화 가능성과 △기술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잡았다. 또한 세계적 기술 발전 추세를 고려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술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우선 ‘국가기술지도’ 작성에 참여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변도영 박사에게 의뢰해 지도에 등장하는 미래 핵심기술 97개 중 5년 뒤 실용화 가능성이 큰 신기술 24개를 추려냈다.

다음에는 정보·화학·기계·환경·생명공학 등 각 분야의 권위자 10명을 선정위원(위원장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으로 위촉했다. 동아사이언스는 선정위원에게 24개의 기술 외에 다른 중요한 기술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그 결과 ‘시스템-온-칩’ 등 6개의 기술이 추가됐다. 드디어 30개의 후보기술 목록이 완성 된 것.

선정위원들은 30개의 후보기술에 대해 5년 뒤 실용화 가능성에 1∼10점,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1∼10점을 주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 결과를 놓고 선정위원들은 15일 동아일보 14층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토론을 벌여 후보기술을 15개로 압축했다. ‘생체인식 기술’과 ‘깨지지 않는 암호’는 비슷해 ‘차세대 정보보호기술’로 통합했다.

위원회는 각 기술에 대해 명확히 용어정의를 한 뒤 정밀한 평가 방법인 순위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위원마다 15개의 기술에 대해 개별적으로 1등부터 15등까지 점수를 매긴 것. 그 결과를 종합해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이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된 것이다. 박호군 선정위원장은 “선정된 기술의 대부분은 분야별 대표기술이면서도 21세기의 유망기술로 꼽히는 IT BT NT ET CT가 융합된 신기술이 많은 게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선정된 10대 기술은 정보기술이 6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생명공학이 3개, 에너지 기술이 1개였다. 1위인 초고속 무선인터넷 기술을 비롯해 2, 3, 4위를 차지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컴퓨팅), 차세대 디스플레이, 나노전자소자가 모두 정보기술이었다. 생명공학 기술로는 생명복제, 신약디자인, 바이오칩 3개 기술이 꼽혔다. 연료전지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가 공동 10위를 차지했으나, 연료전지가 5년 뒤 실용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해 10위가 되고 줄기세포는 11위로 밀려났다. 12위는 지능형 자동차 및 교통시스템, 13위는 유전자 치료, 14위는 가상현실, 15위는 음성인식 기술이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선정위원들▼


국양:現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산자부 나노기술산업화위원장·미국 펜실베이니어주립대 물리학 박사

김영환:現 민주당 의원·과학기술부 장관·연세대 치과대

김한섭:現 KTB네트워크 총괄전무이사·산업기술재단 테크노포럼21·기술정책분과위원 서울대 기계공학과

박영일:現 과학기술부 연구개발국장·과학기술부 기초과학인력국장·한국과학기술원 산업경영학 박사

박호군:現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화학 박사

성준용:現 LG환경·안전연구원장·미국 에틸화학회사·프로젝트 책임자·미국 미네소타대 화학공학 박사

안철수:現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아시아안티바이러스협회부회장·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술경영학 석사

이상훈:現 KT 연구개발본부장·KT 통신망연구소장·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이석한:現 삼성종합기술원 전무이사·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전기공학과 교수·미국 퍼듀대 전기공학박사

조중명:現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장·미국 휴스턴대 분자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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