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봅시다]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

  • 입력 2003년 1월 5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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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개혁 개방을 가속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中華)경제권 GDP 규모가 2007년 12조4000억달러로 미국(13조700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도 중국 열풍의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달 말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4300여개 국내 제조업체중 34%가 중국 투자를 희망하고 있고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은 올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제히 중국사업 강화를 지상 과제로 내걸었다.

한국기업 중국시장 개척사의 산 증인인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사령탑 노용악(盧庸岳·62) 부회장이 새해를 맞는 감회는 그만큼 남다르다. 노 부회장은 95년 LG전자가 한국기업 중 최초로 세운 중국지주회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고 이후 외환위기 여파에 국내 기업 대부분이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시장을 지켰다. 그 결과 LG전자는 이제 중국 내 한국 대표기업으로 떠올랐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각 지역 현지법인을 누비며 ‘현장경영’에 나선 그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중국은 ‘시장과 기술의 교환’이라는 독특한 경제 개방 시스템으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것이 없이 시장(백화점)에 나가 보면 중국 제품이 태반이다. 중국 로컬기업인 하이얼(백색가전), 창훙(TV), 롄샹(PC) 등은 세계 시장에서 일류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며 세계 주요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잠재력은 공포에 가깝다. 중국이 손대면 안 되는 사업이 없을 정도다.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도 변하고 있는데.

“기업가 뿐 아니라 한국의 지도층도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 값싼 제품이나 생산하고, 물건을 팔아먹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으로 정면 승부해야 하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한탕주의’다.”

―중국은 2005년까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개방 계획을 마무리짓는다. 중국 시장 변화를 전망하면.

“WTO 가입으로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이 더욱 투명해지고 제약이 줄어드는 등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가전이나 IT분야는 WTO 가입 이전부터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 큰 변화는 힘들 것이다. 기업마다 첨단 제품쪽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다.”

―모두가 중국으로 진출한다면 한국 제조업은 누가 이끄냐는 의문이 남는다.

“올해 국내 기업 대부분이 중국 투자 및 확대를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및 각종 혜택이 주효했다. 우리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은 물론 신(新)산업을 창출해 국내 산업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기대도 높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금융권의 막대한 부실 채권, 정부 소유 기업의 구조조정 부족 등으로 언젠가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는 흔들림 없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후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중국에도 문제점은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지속적인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당분간은 이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생산, 마케팅, 인재, 연구개발(R&D) 등 ‘4대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고 2005년까지 전체 지사장을 모두 현지인으로 채울 계획인데….

“현지화 경영의 목적은 ‘현지 경영 자원(Resource)’을 최대한 활용해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중국인 지사장의 이점은 언어 문제가 해결되고, 현지 직원들의 통솔이 용이할 뿐 아니라, 현지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현지화를 잘하는 기업이 결국 탁월한 경영성과를 낸다’는 신념으로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중국 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인데.

“LG전자는 지난해 베이징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 본격적인 ‘글로벌 R&D시대’를 개막했다. 이 베이징 R&D센터는 국내외 기존 연구소와의 유기적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차세대 중국향(向) 디지털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노 부회장은 끝으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좋아하는 외국인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는 설명이다.

노 부회장 자신도 여가 시간 대부분을 중국 알기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화(畵)에 흠뻑 빠져있고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과 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또 출장 때마다 각 지역에서 새로 나오는 신문이나 잡지를 빼놓지 않고 챙겨 봐 해박한 지식으로 중국 언론인을 놀라게 하기 일쑤다. 그가 직접 만든 스크랩북만도 100여권에 이른다.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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