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그래,너 못났다”

  • 입력 2002년 1월 3일 16시 51분


참신한 아이디어와 성실한 근무 자세로 동기들보다 일찍 대리가 된 박모씨(31). 그러나 처음부터 영 자리가 편치 않았다. 답답하고 억울할 때도 많았다. 부서를 옮기고 나서 새로운 상사인 김 부장과 한판 붙은 게 화근이었다. 첫 회의 때부터 김 부장은 석연찮은 데가 있었다. 그런 느낌은 계속 이어졌는데, 뭐랄까, 김부장이 자리에 비해 능력이 좀 모자라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 비슷한 거였다.

우선 업무 분담이나 지시를 내릴 때 명확한 게 거의 없었다. 두루뭉수리로 얼버무리며 대충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자긴 마치 큰 틀을 볼 줄 아는 사람인 것처럼 행세했다. 소소한 일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그릇이 크기 때문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박 대리가 보기에 그건 웃기는 허장성세에 불과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그는 김 부장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사와의 충돌은 그에겐 불운한 일이었다. 평소 대범한 척하기 좋아하는 김 부장도 그에 대해선 거의 본능적인 적의를 느꼈던지 대놓고 미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장과 같은 유형의 상사를 만나면 부하직원들은 괴롭거나, ‘널럴’하거나, 둘 중 하나다. 박대리 같은 타입은 당연히 괴롭다. 상사가 능력부족인 걸 뻔히 알면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면 괴롭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반면 부하직원도 김 부장 같은 타입이면 그야말로 유유상종, 시간이여 흘러라, ‘난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다’ 하고 늘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큰 틀을 본다고 큰소리치지만, 김 부장 같은 타입은 아이디어도 정보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 부하직원들에게 핵심을 짚어주거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다 그럴 의사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윗자리에 앉게 되면 김 부장처럼 되고 마는 것이다. 자리보전은 해야겠기에 허장성세를 보이다가 박 대리 같은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적의를 드러내게 된다.

결국 박 대리는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 아니고 김 부장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덜 억울한 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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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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