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클릭]서울 역삼동 '오발탄'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9분


살코기보다 영양가가 더 많다고 알려진 소 내장을 파는 음식점들은 진동하는 연기와 냄새, 허름하고 만만한 실내장식 등을 연상케 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청 뒤편의 화로구이 전문점 ‘오발탄’(02―557―9981)은 약간 촌스러운 상호를 내걸었지만 맛과 분위기는 ‘강남 버전’.

집주인 이명호씨(39)는 영화광인데다 영화배우 최민수씨를 쏙 빼닮아 3년 전 TV에 출연한 이색 경력 소지자. 음식점 이름도 방화 사상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유현목 감독의 영화 ‘오발탄’에서 따왔다.

열쇠 달린 ‘신발 라커’, 화장실에도 나지막이 깔리는 통기타 음악소리, 뜨끈한 전기열 장판과 에어컨이 부착된 방바닥, 황토벽과 조화를 이룬 은은한 실내 조명….

개업 2년째에 불과하지만 손맛이 소문나면서 점심시간에도 1, 2층 180여석을 꽉 메울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댄다.

이곳의 주 메뉴(180g 기준)는 양구이 대창구이(1만4000원), 막창구이 곱창구이(1만2000원) 등으로 단순한 편.

직장인을 위한 점심 메뉴로 돌판 불고기(300g에 5000원), 손으로 잘게 찢은 쇠고기를 듬뿍 담은 우거지국밥(5000원) 등 2가지를 오전 11시∼오후 3시에만 팔고 있다.

내장구이는 부위별로 맛을 달리하지만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한 여운을 지닌 것이 특색이다.

쫄깃한 맛이 강한 양(위 부위), 막창(창자 부위)구이와 기름기가 많은 대창, 곱창구이를 서로 섞어 먹게 되면 음식궁합이 맞아서인지 한 사람이 2∼3인분을 게눈 감추듯 후딱 먹어 치울 수 있다.

주인 이씨는 “곤지암 우시장에서 한우만을 엄선해오는 유통상인에게 소 내장을 매일 공급받고 있어요. 한우 내장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양파 깻잎 등을 일절 넣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집에서 주문제작한 화로, 구리 석쇠판, 환기통 등은 내장구이를 훈제식으로 자연스럽게 변신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식탁마다 설치된 나팔모양의 얇고 긴 환기통은 마주 앉은 손님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참숯연기를 음식 주변에 맴돌게 하다 배출시키는 ‘묘한’ 흡입력을 지녔다. 참숯향을 구이음식에 배게 하는 것. 밑반찬으로 인삼 잣 대추 꿀을 엷게 썬 무에 싸서 먹는 ‘인삼 무 병정’이 숙취제거용으로 일품이며 야채, 부추전, 간, 처녑 등도 깔끔하다. 구이를 먹고도 속이 허하다면 누룽지 된장찌개(3000원)를 시키면 된다. 연중무휴이며 주차공간은 80여대분.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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