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1958∼2011]영원한 라이벌 선동열-30년 친구 이만수 감독대행의 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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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릴 맞수라 했지만 당신은 멋진 선배였습니다

슬픔에 잠긴 그라운드 “아! 선배님.” 1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LG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이날 새벽 53세의 나이로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문학과 대전, 대구까지 
이날 경기가 열린 4개 구장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슬픔에 잠긴 그라운드 “아! 선배님.” 1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LG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이날 새벽 53세의 나이로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문학과 대전, 대구까지 이날 경기가 열린 4개 구장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이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그였기에 그를 떠나보내는 후배도 친구도 가슴이 먹먹하다. 좀처럼 세상에 나기 힘들다는 ‘불세출’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14일 새벽 세상을 등진 그의 나이가 아직 한창인 53세라는 걸 생각하면 이들은 황망하기까지 하다.

선동열 전 감독
선동열 전 감독
‘영원한 맞수’이자 둘도 없는 선배를 잃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48)은 비통해했다. “대장암에 걸려 건강이 많이 나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떠나니 안타깝고 가슴이 멍합니다.”

선 전 감독은 한동안 최 전 감독을 만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1년 전 한 언론사 인터뷰 때 자리를 같이하면서 본 게 마지막이었어요.” 선 전 감독은 얼마 전 TV에서 많이 야윈 고인의 모습을 봤지만 워낙 강한 사람이라 잘 이겨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고 했다.

“같이 운동할 때 묻기도 참 많이 물었습니다.” 팬들은 둘을 라이벌이라 불렀지만 선 전 감독은 고인을 ‘배울 게 많았던 선배이자 조언자’로 기억했다. “나이 차가 있어 고등학교 때까지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어요. 세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에서 같이 뛰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후배들에게도 아주 깍듯하게 대해 준 선배였어요.” 선 전 감독은 특히 마운드 위에서의 배짱, 담력 같은 걸 고인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600만 관중 시대를 연 야구의 인기는 최 선배 같은 프로야구 1세대가 다져놓은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선 전 감독은 “야구장에서 감독으로 다시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고인이 프로야구 전성시대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떠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시즌 중인데도 고인이 눈을 감기 전날까지 병실을 찾았던 이만수 SK 감독대행(53)은 “벌써 그립다”는 말로 둘도 없는 친구를 먼저 보낸 심정을 표현했다. 이 대행은 “병실을 나선 뒤로도 걱정이 돼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할 만큼 고인을 끔찍이 여겼다. 1958년 개띠로 고인과 동갑인 이 대행은 30년 넘게 막역한 친구로 지냈다.

“동원이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이 강렬했어요. 정말 잘 던졌죠. 고교, 대학 때는 혼자서 다 던졌어요.” 경남중을 다닌 고인과 대구중을 나온 이 대행은 중학교 시절부터 친분을 쌓았고 1989, 90년 두 시즌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투수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떠났어요.”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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