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선동열 불멸의 라이벌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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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팬들의 기억에 가장 또렷하게 남은 라이벌전이 있다. 바로 14일 별세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과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의 맞대결이다. 두 최고 투수의 맞대결은 3번 있었다. 둘은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들의 드라마틱한 혈투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해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최동원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1985년 선동열이 해태에 입단하면서 둘의 맞대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폭발했다. 영남-연세대(최동원)와 호남-고려대(선동열) 등 출신 지역과 학교까지 대비되면서 둘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심화됐다. 최근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의 맞대결 성사 여부보다 훨씬 큰 관심사였다.

첫 맞대결은 1986년 4월 펼쳐졌다. 선동열은 프로 첫 완봉승을 거두며 서전을 장식했다. 해태의 1-0 승리. 최동원은 3회 송일섭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완투패를 당했다. 1985년부터 이어온 12연승도 여기서 멈췄다.

두 번째 대결은 최동원의 복수극이었다. 4개월 뒤 열린 경기에서 최동원은 2-0 완봉승을 챙겼다. 선동열 역시 완투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내준 2점(비자책) 때문에 패전투수가 됐다.

결승전이라 할 두 영웅의 마지막 맞대결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1987년 5월 16일 사직구장. 5시간 가까이 이어진 15회 연장 승부에서 최동원과 선동열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결과는 2-2 무승부. 선동열은 232개,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졌다. 투수진을 선발-불펜-마무리로 운영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투구수였다. 선동열의 232개는 아직도 한 경기 최다 투구수로 남아 있다.

팬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을 놓고 지금도 누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통산 기록에선 선동열이 앞선다. 선동열은 평균자책(1.20), 완봉승(29), 승률(0.785) 통산 1위에 올라 ‘국보급 투수’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혼자 따내는 등 완투를 밥 먹듯이 했던 ‘무쇠팔’ 최동원이 팀 공헌도와 직구의 위력에서 앞선다는 주장을 하는 야구인도 많다. 분명한 건 두 투수가 한국 야구 최고의 에이스이자 자존심이었다는 점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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