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사건 뒤엔… 황당한 가혹행위-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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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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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부대관리 개선 권고

7월 4일 인천 강화도 해병 2사단 예하 해안소초(소대급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은 병사들 간 심각한 가혹행위와 부대 내 음주 허용 등 관리 소홀 문제가 배경이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소초에서는 김모 상병(19)이 K-2 소총을 동료들에게 발사해 이승훈 하사(26) 등 4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조사 결과 (해당 부대에서) 일반 사회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가혹행위와 수치심을 유발하는 기수열외가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었다”며 “이를 바로잡지 못한 부실한 부대관리가 (사고 발생) 원인”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병대에서는 일반 구타 외에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에게 많은 과자나 빵을 강제로 먹게 하는 ‘PX빵’이나 가슴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폭행하는 ‘엽문’, 팔꿈치로 허벅지를 누르고 아파도 참게 하는 ‘악기 테스트’ 등이 이어져왔다. 이 밖에 방향제에 불을 붙여 사타구니 부위에 분사하거나, 다리에 테이프를 붙인 뒤 체모를 뽑는 엽기적인 악습도 있었다. 해병대 기수에서 배제된 선임에게 후임이 반말과 폭행을 일삼는 기수열외 문화 역시 총기사건 피의자인 김 상병의 진술과 자필 메모 등을 통해 실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대 관리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간과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총기사건 발생 전까지 부대 중대장과 중대행정관 등 간부들은 31차례에 걸쳐 김 상병을 면담하고 관찰했다. 당시 부대 간부들은 김 상병에 대해 ‘행동이 불안하다’ ‘작은 지적에도 인상이 굳어진다’ 등 9차례나 부정적으로 평가 기록했으나 이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사건이 발생한 소초는 올해 1∼5월 두세 차례 단체회식을 열고 사병들의 부대 내 음주를 허용했으나 이 또한 단속되지 않았다. 김 상병은 평소 소초근무를 하면서도 술을 마신 적이 있으며 사건 당일에도 임의로 반입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총기사건을 일으켰다.

인권위는 “실탄이 장전된 총을 항상 휴대하는 전방 GOP부대에서는 원칙적으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데도 1인당 맥주 한 캔 정도는 관행적으로 용인돼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가해자 5명과 지휘책임자 6명을 징계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군인복무기본법 제정과 해병대 인권담당부서 설치, 종합적 인권교육 계획수립 등을 권고했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이를 위한 인력 및 예산을 지원하도록 권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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