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국민투표 강행” 軍 투입… 야권 11일 대규모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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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세력도 “맞불집회”… 충돌땐 유혈사태 재연 우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새 헌법 선언’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11일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를 열기로 했다. 무르시 대통령이 ‘새 헌법 선언’과는 별도로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15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를 주도해온 범야권 단체인 구국전선(NSF)은 9일 성명을 내고 “우리의 적법한 요구에 반하는 대통령의 결정을 거부하기 위해 수도와 다른 지역에서 시위를 열자”고 말했다. 이 성명은 “이집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헌법 초안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국민투표가 더 큰 분열과 선동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NSF 지도자 아흐마드 사이드는 “국민투표 강행은 전쟁 행위”라며 대통령궁 인근에서 반대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시위대 수백 명이 대통령궁 주변에 설치된 콘크리트 장벽을 향해 행진하는 등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맞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권 자유정의당과 보수 이슬람주의자들은 야권이 시위를 벌이기로 한 11일 국민투표의 합법성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5일 궁 주변에서 양측 간 충돌로 발생했던 참사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유정의당과 무슬림형제단은 “국민은 15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달라”고 촉구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9일 국민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군이 치안 유지에 참여하고 국가 기관을 방어하라는 내용의 포고령도 발표했다. 이 포고령에 따라 군은 경찰과 함께 치안 업무를 수행하며 민간인을 체포할 권리도 갖는다. 11일 시위 때 군이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가 이번 사태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NSF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메 아수르 이집트 변호사협회장은 이번 반정부 시위에 대해 “무슬림형제단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진정한 혁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번 시위가 이슬람과 반이슬람 세력 간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이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 대통령 당선 이후 마련된 새 헌법 초안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의 구 헌법보다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안의 국가의 정체성 조항은 ‘이집트는 시민정신에 기초한 민주주의 국가’(구 헌법)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가진 아랍 이슬람 국가의 일원’으로 바뀌었다. 정치제도는 ‘다원주의에 근거한다’에서 ‘민주주의와 슈라위원회에 근거한다’로 바뀌었다. 외신들은 헌법 초안이 여성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구 헌법보다 훨씬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집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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