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 말바꾸고 블러핑 협상… 경영실사도 삐거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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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카드’ 흔들며 정부-노조 압박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와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이전 약속을 뒤집는 일이 반복돼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산은 관계자를 만나 약속한 내용을 뒤집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무 실사와 관련해서도 GM은 산은에 민감한 자료들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과 GM은 확약서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 20일 ‘파산’ 정부·노조 압박용 카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9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4월 27일에 돌아오는 부족 자금을 지원해주면 27일 전까지는 필요 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27일 희망퇴직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4억5000만 달러의 부족 자금이 발생하니 산은이 지분(17.02%)만큼 지원해달라는 요구였다. 그 대신 27일 전까지 부족한 자금은 GM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엥글 사장은 지난달 26일 방한 때는 이 말을 뒤집고 정부와 산은에 “4월 말까지 정부 지원 협상을 완료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과 GM 간 5월 14일까지 약속된 실사가 끝나기도 전에 정부 지원을 먼저 약속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다. 정부는 “중간 점검 결과를 보고 큰 틀에서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급하게 진행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 아직 확약서 못 쓰고 핵심 자료도 안 와

한국GM에 대한 실사도 삐걱대는 상황이다. 우선 산은과 GM이 체결하기로 한 실사 확약서는 아직도 체결하지 못했다. ‘책임 경영’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산은은 GM 측에 ‘실사 기간 중 GM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사 후 정부 지원 방침이 확정되기까지 한국GM이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본사가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GM은 책임경영이라는 단어를 넣었을 때 노조를 압박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자료도 오지 않은 상황이다. GM은 매출원가율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이전가격(계열사 간 거래 가격)과 기술사용료, 관리비 등에 대한 중요 자료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GM 측이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으니 미국에 와서 열람하고 가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마저 군산공장 폐쇄 요구 철회 등을 강경하게 요구하면서 한국GM 노사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게 되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GM이 노조에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무리한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GM은 노조 측에 “20일까지 임·단협이 되지 않으면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이 발생해 파산(bankruptcy)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GM 사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27일 부족 자금은 성과급과 희망퇴직비 등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내부 비용”이라며 “지급 시기가 미뤄질 수는 있겠으나 어음처럼 당장 갚지 못하면 부도로 이어지는 자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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