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이 내놓은 ‘유로존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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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들 보유 유로화 자국 통화로 바꿔 국채상환”
울프슨 경제학상 후보 올라

열한 살짜리 네덜란드 소년이 노벨 경제학상에 이어 두 번째로 상금이 많은 ‘울프슨 경제학상’ 후보에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려 화제다.

3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브레이던브룩에 사는 초등학생 이위러 헤르만스 군(11)은 유로존 해체 방안을 공모한 울프슨 상에 직접 그린 ‘피자 그림’을 제출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방법을 설명한 그림이다. 수십 수백 장 분량의 논문을 제출한 경제학자들과 달리 헤르만스 군은 자기소개를 곁들인 제안서 한 장과 아이디어를 도표로 그린 그림 한 장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헤르만스 군의 아이디어는 그리스인들이 보유한 유로화를 옛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로 모두 바꾸도록 한 뒤 교환된 유로화로 정부 부채를 상환하자는 것. 헤르만스 군은 도표에서 그리스 정부가 모은 유로화를 거대한 피자로 묘사했으며, 정부가 채권자인 기업과 은행에 피자 조각을 나눠준다고 그렸다.

그러면서 “그리스인들은 드라크마 가치가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유로를 드라크마로 바꾸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를 내놓지 않거나 네덜란드 독일 같은 다른 나라에 숨기면 최대 2배까지 벌금을 물리자”고 제안했다.

헤르만스 군은 25만 파운드(약 4억5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울프슨 상의 최종 후보 5개 팀에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특별상금 100유로(약 15만 원)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헤르만스 군의 제안은 경제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지난 5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경제전문가들에게 자기반성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헤르만스 군은 제안서에서 “매일 신문을 보며 유로존 위기를 걱정했다. 신문에서 이 상을 알게 된 뒤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으며 아버지가 아이디어를 영어로 번역해줬다”고 말했다.

울프슨 경제학상은 영국 의류유통업체 ‘넥스트’의 로드 울프슨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만들어 이번에 처음 공모한 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유로화 체제를 효과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에게 노벨 경제학상(약 17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상금인 25만 파운드를 준다. 수상자는 7월 5일 발표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아이디어#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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