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실질적 CEO’ 이재관 전무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농협중앙회의 실질적 최고경영자(CEO)인 이재관 전무가 금융전산사고의 책임을 지고 2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농협은 전산망 복구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 경영층의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농협은 전산망 마비 사태로 중계서버에서 손실된 거래명세 일부가 완전히 유실될 수도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이달 말까지 거래명세를 복구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해는 농협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 농협 지배구조 후폭풍

표면상 농협의 CEO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지만 1170개 단위조합장이 투표로 선출하는 비상임, 비상근 임원이어서 실무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무를 중심으로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를 각각 맡고 있는 3명의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을 해왔다. 이 전무는 농협의 3개 사업영역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정보기술(IT) 업무도 책임지고 있다. 원래 직함이 ‘부회장’이었으나 2008년 농협법 개정으로 ‘전무’로 바뀌었다.

‘농협의 2인자’가 사퇴할 뜻을 밝힘에 따라 농협의 핵심 현안인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신경분리)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전무는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오늘 분명히 회장께 사의를 밝혔고 회장이 이를 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선 “기본적인 로드맵은 모두 마련했다”며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일부 거래명세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이 전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까지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드렸던 신용카드 업무 중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통한 사용명세 조회, 카드대금 선(先)결제, 선청구 업무 등 일부 업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는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이용은 시스템에만 저장되고 종이(증빙서류)로 남지 않아 검증이 어려워 완전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거래대금 회수 여부를 확실하게 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드 관련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은 복구했지만 일부 거래명세를 찾아내지 못해 잔액이 서로 맞지 않는 등 데이터 간 정합성에 문제가 있어 서비스를 오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달 말까지는 인원을 집중 투입해 복구하되 완전 복구가 안 되면 우리 부담으로 처리하겠다”며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해) 일정 부분 계정에 오류가 있어도 대부분의 고객을 위해 시스템을 개통해야 한다면 30일 이후 별도 방침을 정해 시스템 오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복구 약속 공수표…당국 검사기간 연장


22일까지 100% 복구하겠다던 농협의 장담은 또다시 허언이 되어 버렸다. 농협은 사태 발생 후 복구 약속 시점을 13일에서 17일로, 다시 22일로 늦췄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아예 복구 시점을 밝히지도 못한 데다 고객의 금융거래 명세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어 농협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게 됐다. 농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농협에 대한 특별 공동검사 시한을 22일에서 다음 달 초로 연장했다.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메인 서버와 서버 관리업체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 대한 외부 침입 시도 흔적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국내외 인터넷주소(IP)를 추적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