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드 임시배치, 현 상황서 국민 지킬 최선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진보 반발 달래기’ 대국민 메시지
“北도발 계속… 더 못 미룬다 결론
일반환경평가 후 최종배치 결정
물리적 충돌 안타까워… 위로 조치”

문재인, 여론 보고받고 ‘국민설득’ 결심… 외교적 파장 우려 향후계획 안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배치 완료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향후 사드 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 文 “안보 상황 엄중” 두 차례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경 서면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6차 핵실험 감행으로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표현을 두 차례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배치가 ‘임시 배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드 반대론자들과 중국을 염두에 둔 메시지다.

또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배치 과정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상당하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적절한 위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의) 성지(聖地)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원불교 측의 희망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 靑 “일관된 원칙 지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사드 배치 결과와 반발 여론을 보고받고 답답한 감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았지만,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점을 직접 설득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라고 전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이 지난 뒤 메시지를 발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대국민 메시지 작성을 마친 뒤 즉시 발표를 지시했다.

앞서 사드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배치는 촛불 시민들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 박근혜 적폐 정권의 귀환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는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의 방러 기간 중 배치한 이유에 대해 “방러와 맞물려 늦춰야 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 종료 등) 일정대로 가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文, 계속되는 사드 고민

하지만 사드 배치와 북핵을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간 외교전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은 이어질 듯하다. 청와대 주변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 직후인 4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사드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중국은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하는 등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날 사드의 ‘임시 배치’를 강조한 것은 최종 배치 여부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메시지는 국내 여론 설득을 위한 것인 동시에, 사드 활용 계획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앞으로의 외교전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사드#북한#도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