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악화일로… 트럼프 휴전 제안도 걷어차

  • 동아일보

반군, 정부군 거점 장악 대규모 학살
유엔 “끔찍한 위기, 통제 불능 상태”
주변국들 이해 따라 지원, 갈등 격화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가 제공한 사진에 지난 27일(현지 시간) 수단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로 대피한 가족들이 다르푸르 지역 타윌라 난민 캠프에서 머물고 있다. 2025.10.31.  타윌라=AP/뉴시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가 제공한 사진에 지난 27일(현지 시간) 수단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간 충돌로 대피한 가족들이 다르푸르 지역 타윌라 난민 캠프에서 머물고 있다. 2025.10.31. 타윌라=AP/뉴시스
2023년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15만여 명이 사망한 수단에서 최근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병원에서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반군 ‘RSF’가 지난달 26일 정부군의 거점이었던 서부 다르푸르주의 알파시르를 장악한 후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단 정부군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휴전 제의를 거부한다고 4일 밝혔다. 러시아, 이집트, 튀르키예,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정부군과 반군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가운데 갈등이 계속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사회개발정상회의(WSSD)에서 “수단의 끔찍한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며 “양측 모두 당장 협상장에 나와 폭력의 악몽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9일 알파시르의 한 병원에서만 환자들을 포함해 최소 460명 이상이 반군 측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반군이 알파시르 일대에서 2000여 명을 학살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예일대 인도주의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반군이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한 집단 매장지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측은 모두 휴전에 미온적이다.

수단은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극심한 정정 불안에 시달렸다. 2023년 4월 압둘팟타흐 알부르한 총사령관이 이끄는 정부군과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가 수장인 RSF가 대규모 무력 충돌을 벌이면서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군은 무슬림이 대부분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한 북부가 기반이고, 반군은 기독교도가 많으며 낙후된 남부가 기반이다. 경제, 종교, 지역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해결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유엔은 수단 내전을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표현해 왔다.

주변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군과 반군을 각각 지원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집트 튀르키예 이란 등은 정부군을 지원하고, 러시아 UAE 등은 반군과 밀착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홍해 교역로에 위치해 있고, 비옥한 농지와 금 같은 광물이 풍부하다는 점 때문에 수단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원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수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현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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