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여론악화 기폭제 우려에
백악관도 “정치적 적대 행위” 비판
WSJ “관세 영향 알 권리 막아” 지적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제품 가격 옆에 관세를 별도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지난달 29일 전해졌다. 이에 아마존은 방침을 바꿔 관세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온라인 매체 펀치볼 뉴스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아마존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각 제품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곧 보여줄 것”이라며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 가격 바로 옆에 관세 비용을 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제품별로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 폭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가뜩이나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조치였다.
백악관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물가가 올랐을 땐 왜 이런 (별도 가격 표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날 CNN 방송은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에 베이조스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통화 사실을 인정하며 “베이조스는 정말 친절했고 훌륭했다. 그는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관세 표시 방침 철회도 발표했다. 아마존은 “관세 표시는 20달러 이하의 제품을 파는 (중국산 저가상품 전용) 하위 사이트에 대해서만 고려했던 아이디어”라며 “아마존 메인 사이트에는 전혀 고려되거나 승인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액수가 공개되는 건 두려워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관세는 세금이며 대중은 정책이 최종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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