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의 한 매장에 2023년 11월13일 애플 로고가 비춰지고 있다. 뮌헨(독일)=AP 뉴시스
유럽연합(EU)이 23일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메타에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총 1조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EU가 지난해 3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DMA를 시행한 이후 실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건 처음이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EU의 미 빅테크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해 보복을 예고한 만큼 미국과 EU의 통상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애플 5억 유로, 메타 2억 유로 과징금 부과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DMA 위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애플에 5억 유로(약 8133억 원), 메타에 2억 유로(약 3252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빅테크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DMA는 애플과 메타 등 7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EU의 경쟁정책 책임자인 테레사 리베라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EU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은 우리 법을 따라야 하며, 유럽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U는 애플이 사용자에게 자사 앱스토어 이외의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앱 마켓이나 대안 결제수단의 이용을 제한해 경쟁을 막고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광고 목적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소 월 10유로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게 하는 ‘결제 또는 동의 약관’으로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제공을 강요하고, 맞춤형 광고로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봤다.
프랑스 파리에서 2023년 6월14일 열린 비바텍 쇼에서 메타 로고가 보이고 있다. 파리=AP 뉴시스앞서 EU는 지난해 3월부터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 메타에 대해 DMA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애플과 메타가 DMA를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지난해 6월과 7월에 각각 발표했다.
애플과 메타는 위반사항을 60일 내에 시정해야 하며, 미이행 시 별도의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 EU, 美 빅테크 규제 강화
다만 이번에 EU가 부과한 과징금 액수가 예상보다 작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DMA 규정에 따르면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법을 반복적으로 어겼다고 판단되면 과징금이 최고 2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과 메타에 부과된 과징금은 각각 연 매출의 약 0.1% 수준이다. 과징금 상한에 크게 못 미치는 것. EU 집행위는 DMA가 신생 법이고, 두 회사의 위반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EU가 미국 테크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공격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DMA의 게이트키퍼로 선정된 기업 7곳 중 중국 바이트댄스와 네덜란드 부킹닷컴을 제외한 5곳이 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이다. 백악관은 2월 “해외 강탈로부터 미국 기업과 혁신가를 보호하는 각서에 서명했다”며 “외국 정부가 미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 벌금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같은 대응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