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6월까지 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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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제수준에 韓이 맞춰주길 기대
中외교부 “韓, 올바른 판단 내리길”
제재 동참땐 中의 경제보복 가능성

ⓒ뉴시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미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 한국의 규제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3월 한미 당국자들이 한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동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했던 대(對)중국 통제 수준에 한국이 맞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상무부는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6월 13∼15일 열리는 G7 정상회의 전에 한국과 합의에 도달하려는 계획이다. 한미일 3국의 장관급 관계자 간 첨단 기술 및 공급망 협력 논의를 위한 회담도 6월 말 예정돼 있다. 미국은 늦어도 이때까지 합의를 이루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규제 발표 후 반도체 장비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 일본 등을 압박해 규제에 합류시켰다. 당시만 해도 장비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는 지금처럼 세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legacy)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장비까지 수출 규제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고민은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데다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최첨단 반도체 장비는 물론이고 구형 장비의 중국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면 중국이 거센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 후 중국이 한국 경제에 전방위적 보복을 가한 점을 거론하며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올바른 판단과 자주적 결정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한국#중국#반도체 수출통제#동참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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