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놓고 갈라진 NTY 기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8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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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독립 코커스’ 결성

NYT 본사 건물 전경. 동아DB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 대표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또한 전쟁의 후폭풍에 휘말렸다. NYT의 기존 노조인 ‘뉴스길드’가 최근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는 주장을 펴자 이에 반발한 일부 인사들이 새로운 노조 성격의 ‘독립 코커스’란 단체를 만들었다. 반(反)유대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미 대학가를 포함해 미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언론사 뉴스룸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실을 알려 전 세계에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시킨 퓰리처상 수상자 메건 투이를 비롯해 줄리언 반스, 에밀리 버젤런 등 유명 기자, 일부 비(非)기자 직군 직원 수 십 명이 ‘독립 코커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친(親)팔레스타인 행보로 읽힐 수 있는 뉴스길드의 주장이 NYT의 정치행동 금지 강령을 위반했으며, 이 곳에서 취재 중인 동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스길드는 최근 온라인 회의를 통해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해 실제 성명 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독립 코커스의 일부 조직원은 뉴스길드에서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 변호사와 법적 절차도 논의했다. 독립 코커스는 “NYT 기자 외에 다른 언론사 직원의 가입도 받겠다”고 선언했다. 뉴스길드는 약 2만6000명이 속한 대형 언론노조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정치사회적 사건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일부 언론인들의 요구가 ‘불편부당(不偏不黨)’이라는 전통 언론의 오랜 가치와 어떻게 충돌하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진단했다. 특히 주요 언론사가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면서 기자 직군이 아닌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마케터 등을 속속 영입했으며 이 여파로 뉴스룸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의 사주인 셜즈버거 가문이 유대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셜즈버거가(家)는 1896년 NYT를 인수해 현재까지 경영하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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