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교환 위한 나흘 휴전… 네타냐후는 “하마스 궤멸때까지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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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일시휴전 합의
카타르 중재로 성사… 중동전 분수령… 백악관 “인질석방 합의 환영” 성명
네타냐후 “전쟁 중단 말도 안돼” 주장… 바이든 장기휴전 압박땐 충돌 여지

구호품 차량에 몰려든 가자 주민들 2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 주민들이 구호 트럭에 실려 온 생수를
 배급받고 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등 1200여 명이 숨지며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인 22일 양측은 인질 석방 및 나흘간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240여 명 중 
50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50명을 맞교환했고, 더 많은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칸유니스=신화 뉴시스
구호품 차량에 몰려든 가자 주민들 2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 주민들이 구호 트럭에 실려 온 생수를 배급받고 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등 1200여 명이 숨지며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인 22일 양측은 인질 석방 및 나흘간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240여 명 중 50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50명을 맞교환했고, 더 많은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칸유니스=신화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22일 인질 일부 석방 및 나흘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민간인 희생 논란이 커진 중동 전쟁은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영구 휴전을 요구하는 일부 국제사회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궤멸’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어 이번 휴전 종료 이후 전황이 주목된다.

● 이 ‘나흘간 모든 군사 행동 중지’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전시 내각이 일시 휴전 합의안을 승인했다면서 “정부는 모든 인질의 귀환에 전념하고 있다. 목표 달성 첫 단계를 승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극우 강경파 장관 3명은 반대했지만 군과 정보기관이 지지하며 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에 따르면 하마스가 23일부터 나흘간 어린이와 여성 중심으로 하루 12, 13명씩 최소 50명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3명을 풀어주게 된다. 석방 인질은 어린이 30명 및 그들 어머니 8명과 여성 12명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이후 하마스가 10명씩 추가로 풀어주면 휴전은 하루씩 연장될 수 있고 최장 열흘간 휴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80명 석방 가능성을 전했다.

휴전 기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지상 및 공군 작전은 중단된다. 총리실은 “가자지구 공격이나 (하마스 요원 등) 체포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 예외를 빼고 드론 등 항공기 운용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품과 연료 등 구호 트럭 수백 대의 가자지구 진입도 허용된다.

인질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 외교부는 이날 “인질 석방 규모는 합의 이행 단계 후반에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며 “향후 합의의 모든 측면이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네타냐후 “하마스 제거 때까지 전쟁”

일시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휴전 촉구’ 여론에 일부 호응하면서 전쟁 목표로 내건 ‘인질 구출’에도 일부 성과를 거둬 국내 반(反)네타냐후 여론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게 됐다. 최근 ‘인질 석방 우선’을 요구하며 총리실 앞까지 행진한 인질들의 일부 가족을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이) 최우선 임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내각회의에서도 “(휴전이) 어렵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합의에 동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마스로서는 풀어준 인질보다 더 많은 수감자를 데려오고 이스라엘 공격을 중지시켜 민간인 보호에 앞장섰다는 호의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게 된 한편 군사적 재정비 및 피신할 시간을 벌게 됐다.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방향 등을 놓고 이스라엘과 몇 차례 충돌한 미국은 민간인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 역량을 입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 과정은 네타냐후와 백악관 간 갈등이 증폭된 사례”라며 “백악관은 일정 시간 교전 중지만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설득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친(親)이스라엘 대 친팔레스타인 진영 갈등도 한풀 수그러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이스라엘 및 하마스 사이에서 휴전 합의를 성사시킨 카타르는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타르는 하마스 모체라 할 수 있는 이슬람 조직 무슬림형제단과 밀접한 관계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카타르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제안해 구성한 소규모 비밀 조직이 하마스 측과 직접 협상하며 이번 합의안 작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 조직의 구성에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전 종료 후에도 인질 협상이 이어지며 더 긴 휴전이 찾아올지는 불투명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일시 휴전 후 전쟁을 멈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있다. 하마스 제거를 완수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쫓아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NYT는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더 긴 휴전이나 ‘두 국가 해법’ 같은 영구 조치까지 요구한다면 네타냐후와 바이든은 다시 충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음 주 초 중동 전쟁 발발 후 네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아 휴전 및 향후 대응을 논의할 방침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인질교환#휴전#네타냐후#하마스 궤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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