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바람’ 日기업, 상반기 순익 30%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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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덕분에 수출 실적 역대 최고
외국인 관광객 늘어나며 ‘쌍끌이’
도요타 순익 작년보다 120% 늘어
한국은 반도체-석화 등 깊은 불황
상장사 상반기 영업이익 반토막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오랜 기간 부진의 터널을 지나온 일본 주요 기업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엔저 현상 장기화로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해 내내 한국 원화 또한 미국 달러화에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한국 주요 기업의 실적은 일본보다 나빴다. 한국의 수출 감소는 상당 부분 우리 기업과 업계의 경쟁력 하락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日 기업 역대 최고 실적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4∼9월)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 상장사의 순이익 또한 21조 엔(약 182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일본 기업의 역대 최고 수준 이익은 제조업 수출 대기업과 여행 관련 회사들의 ‘쌍끌이’로 이뤄졌다.

시가총액 1위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2조5894억 엔(약 22조48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0% 늘었다.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 모회사인 ANA홀딩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증가한 932억 엔이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도쿄 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 미쓰비시중공업 등 다른 주요 기업의 순이익 또한 일제히 최고 수준이다.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원인은 엔저 현상이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1달러당 130엔대 후반 환율을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1.69엔에 달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

이는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를 팔고 달러, 유로 등을 사려는 움직임이 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저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의 생활고를 부추기는 단점이 있다. 다만 수출 기업에는 경쟁국 회사보다 싸게 물건을 팔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한다.

●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 장기화

반면 한국 기업의 부진은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조43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6%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79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상장사 전체를 비교하면 한일 양국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15곳의 상반기 영업이익(53조1083억 원)은 52.4%, 순이익(37조6886억 원)은 57.9%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철강, 건설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력 업종들이 불황에 빠졌다.

정부는 올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고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한 점 등을 꼽으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늘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게 정부 기대다.

하지만 단기간 내 실적 호전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이후 정보기술(IT) 업계의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국가별 산업 구조 및 경쟁력 변화 등으로 수출이 과거처럼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엔저 바람#日기업#상반기 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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