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 지원” 이란 “하마스 전사들 지지”…서방 vs 아랍 대리전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8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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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 보복 공습한 이스라엘. 뉴시스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한 이스라엘.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감행한 전방위 공격을 두고 미국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이란과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까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하마스 ‘중동 데탕트’에 반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날 이스라엘 공격 이후 TV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항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객체(이스라엘)는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랍권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아랍 국가들에 무장 공격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지속적으로 이슬람권을 자극하며 적개심을 키운 것도 이번 사태의 요인 중 하나다. 극우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올 들어 3차례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끄사 모스크에 공개 방문했다. 또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지속했다. 하니예는 이번 공격에 대해 “알아끄사 모스크를 지키기 위한 영웅적 싸움”이라고 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8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셰바농장 지대에 박격포 공격을 했다. 셰바농장 지대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곳으로 이스라엘은 1978년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뒤 2000년 철수한 뒤에도 이곳만큼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기뻐하는 사람들. 뉴시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기뻐하는 사람들. 뉴시스


● 서방 vs 아랍 간 갈등 비화 조짐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에선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비판해온 이란의 배후 지원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선임국장을 지낸 자베드 알리 미시간대 교수는 “이란과 하마스의 오랜 관계, 공격 자금과 무기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잇따라 이스라엘 지지에 나섰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이슬람 혁명수비대 장군은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란을 향해 “가자지구에 어떠한 방식의 개입도 미-이란 간 향후 협상을 위태롭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ABC 방송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 튀르키예, 카타르, 요르단 외무장관들과 연쇄 통화에 나섰지만 이들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에 동참하면서 서방과 이슬람 국가들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 간 3자 협상을 탈선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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