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김정은 만난 건 한국 우크라 지원 막으려는 의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2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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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러와 한국은 경제규모 비슷…북한의 50배
“북한 러 지원보다 한국의 우크라 지원 영향 더 커”
기술 이전도 가격 문제·제재 위반·중국 반대로 어려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NK NEWS)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지난주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으로 러시아과 북한이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일행이 러시아의 최신 수호이 전투기 공장과 공군기지를 둘러보는 등으로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의도적으로 북러 군사 협력의 범위에 대해 분명하게 발언하길 피했으나 김정은 일행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군사협력이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 확정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지원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 지원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북한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부유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경우 북한으로부터 얻는 도움보다 전쟁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 거래 우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사들일 것이라는 분석은 분명 근거가 있다. 북한의 무기가 모두 소련시대 무기 체계를 따르고 있고 자체 개발한 무기도 러시아 무기 규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무기 생산 능력과 인프라스트럭처는 러시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점은 그동안 보도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북한 경제 규모는 러시아의 약 50분의 1 수준이며 앞으로도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대량 구매에 의존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과 푸틴 모두 김정은 방문 기간 동안 무기거래에 대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으며 양국의 관영 매체도 거래 사실을 보도한 적이 없다.

◆기술 이전의 어려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 러시아 군사 기술 이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집중 부각됐다.

그러나 기술 이전에는 다음 세 가지의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러시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우주 및 핵잠수함 기술에 대해 “시장 가격”을 치를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은 그럴 돈도 의향도 없다.

반면 일단 기술이 넘어가면 북한은 기술을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 군수산업의 이익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무기 이전은 러시아도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의 정면 위반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왕따 처지가 된 러시아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영향력마저 위태로워진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 새 제재 결의와 관련해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제재를 폐기할 것이라는 발언과 제재를 준수할 것이라는 발언이 번갈아 나오고 있다.

세 번째 중국이 관건이 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양측에 상당한 경제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제재를 폐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반대해왔다. 중국의 장기적 이익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군사정치 모험주의를 지지하지 않아 왔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에게 자신의 목적을 관철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은이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방문해 중국에 도전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선을 넘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지정학적 계산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가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치밀하게 세운 정치, 외교적 술수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도록 재촉해왔다. 한국은 아직 무기 지원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탄약과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러시아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의 군수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설 경우 동유럽의 세력 균형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의 개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다.

러시아로선 한국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강력한 재촉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려들지 않는 것이 다행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해외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1%의 응답자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파는데 반대했고 찬성은 32%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한국이 러시아의 압박을 들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푸틴-김정은 회담이 동북아시아 질서가 바뀌는 증거이며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나오는 발언은 물론 각종 시사적 발언조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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